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음달 7일 김대중 대통령 방일 때는 그 동안 여러번 밝혀온 대중문화 개방의지를 재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문화관광부 자문기관인 한일문화교류정책 자문위원회의 지명관위원장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된 심포지엄을 연 후 『99년초부터 개방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해방된지 반세기 이상 흘렀고, 2002년 월드컵대회라는 세계적 행사도 공동개최하게 되므로 충분히 개방할 시기가 되었다는 점에 공감한다. 더구나 대중문화를 실어나르는 일본의 위성방송과 불법수입 음반·만화 등이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해 있으므로 개방금지의 의미도 퇴색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중문화를 공식개방하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우리 정서와 문화, 산업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재 수입이 금지된 부분은 영화와 음반, 연예물 등인데 이 부분의 개방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문화충격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18일 자문위가 마련한 「동북 아시아의 문화와 한일관계」심포지엄에서도 개방은 시장의 확대 등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충격완화를 위한 장치와 좀더 깊은 일본문화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었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국가민족적 정체성과 함께 폭력 외설 등 저질적 요소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본의 오구리 코헤이(小栗康平) 영화감독은 『민족이나 전통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클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최영철 한양대 교수는 『영화 중 폭력과 선정성에 의존하는 로망 포르노, 협객물, 시대극에 대한 연구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만화영화평론가 오노 코세이(小野耕世)씨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가족물에도 지나친 폭력이나 누드, 성애 장면이 나오는 등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정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문화관광부의 영화수입추천이나 공연예술진흥협의회의 등급심사가 더 철저하고 섬세해져야 할 것이다.
대중문화 개방이 불러올 경제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개방 임박의 신호가 잦아지자 양국의 영화수출입회사들은 일본영화 「실락원」 「뱀장어」등 화제작에 대한 수입계약을 재빠르게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방이 일본의 일방적 이익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개방에 앞서 대중문화 수입의 상호주의 등을 정립하여 서로를 유익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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