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대 중반의 부부가 비만클리닉을 찾아왔다. 두 사람 모두 배둘레가 엉덩이둘레보다 큰 복부형 비만이었다. 지방량은 아내가 38.2%로 남편(31.7%)보다 많았지만 지방분포는 남편이 내장형 비만으로 피하형인 아내보다 불량했다.자유업을 하는 남편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점심은 백반 정도로 가볍게 했으나 저녁은 반드시 집에서 먹었다. 퇴근시간이 오후 8시께로 늦다 보니 허기가 져 매일 밥을 두 그릇씩 먹었다. 저녁을 먹은 뒤엔 TV를 보면서 과일 과자 아이스크림등 간식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 먹는 양의 절반 이상을 저녁 8시 이후에 먹는 것같았다.
전업주부인 아내는 출산 후 불어난 몸매가 줄지 않아 각종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살은 빠지지 않고 음식에 대한 탐욕만 늘었다고 호소했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도 많이 먹고, 많은 양을 빠른 속도로 먹는 습관이 있었다. 기분 나쁠 정도로 배가 부를 때까지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화가 나면 닥치는대로 먹고는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식습관을 1주일에 3회 정도 반복했다.
남편은 전형적인 야식증이고 아내는 폭식증이다. 체중 증가는 영양보다 식습관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식증과 야식증은 비만을 유발하는 중요 요인이다. 이런 식습관은 젊은 층에서 많으며 불규칙한 생활과 심리적 스트레스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다.
폭식증과 야식증을 해결하려면 무조건 적게 먹고 운동량을 늘리라는 권유만으로는 부족하다. 식습관을 포함한 전반적인 생활과 심리상태, 스트레스 등을 복합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스낵류를 사다 놓거나 먹을 것을 보이는 곳에 놓는등 식욕을 자극하는 요인을 피해야 한다.
저녁때 집중적으로 먹기보다 아침을 반드시 먹으면서 세끼 주식에 충실해야 한다. 같은 양이라도 아침에 먹는 것은 에너지로 잘 소비되고 저녁에 먹는 것은 체내에 저장된다. 따라서 아침식사를 충실히 하고 저녁은 덜 먹는 게 바람직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아내의 경우 음식에 노출되면 쉽게 자극을 받기 때문에 많이 먹는 기회를 가능한한 피하고 식사일지를 쓰면서 폭식상황의 심리상태를 기록하는 게 좋다. 운동이나 음악감상과 같은 스트레스 해소법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부부가 비만으로 함께 고생하는 경우에는 수정할만한 행동을 서로 지적해주고 잘 고쳤을 때는 선물을 주는 방법으로 자극을 주는 것도 좋은 치료법이다.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 후 약물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박혜순 울산대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박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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