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4∼5개 더 예상/여름보다 피해 더 클듯올여름 뜸했던 태풍이 뒤늦게 잇따라 발생, 한반도에 비상이 걸렸다. 늦더위로 평년작을 웃도는 작황이 예상되는 벼와 과일 등이 수확기를 앞둔 시점이어서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같다.
제6호 태풍 「토드(Todd)」가 19일 중국에 상륙했다가 소멸한 직후 북태평양에서 제7호 태풍 「빅키(Vicki)」와 제8호 태풍 「왈도(Waldo)」가 연달아 발생, 현재 중국대륙을 향해 북진중이다. 14일 이후 단 일주일만에 태풍 4개가 발생할만큼 급속히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필리핀 적도근해의 해수와 대기 상황으로 보아 이번 가을 중에 4∼5개 정도의 태풍이 더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상청은 21일 『대만 동북쪽 해상에서 발생한 제8호 태풍 「왈도」가 이날 오후 9시 현재 일본 교토(京都) 북동쪽 60㎞ 내륙(북위 35.4, 동경 136.1도)에서 시속 40㎞로 북북동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심기압 998헥토파스칼인 「왈도」는 속도가 매우 빨라 22일 오후 3시께에는 러시아 사할린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또 『17일 발생한 제7호 태풍 「빅키」가 21일 오후 9시 일본 오키나와(沖繩) 동북쪽 400㎞ 해상(북위 27.6, 동경 132.1도)에서 일본열도를 향해 북북동진중』이라며 『22일 오후 일본 규수(九州)지방을 거쳐 왈도가 지나간 길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들 태풍이 현재 한반도 주변의 발달한 고기압대를 피해 일본으로 비껴가겠으나, 22일부터 동해와 남해에 높은 파도가 이는 등 우리나라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겠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가을 태풍이다. 통상 9월 중순의 태풍은 여름보다 훨씬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태풍 「사라(Sarah)」(59년 9월15∼18일)가 2,043억여원의 피해를 입힌 것을 비롯, 「베스(Bess)」(71년 9월23∼26일) 38억원, 「헬렌(Helen)」(72년 9월16∼17일) 54억원, 「테드(Ted)」(92년 9월22∼26일) 57억원, 「세쓰(Seth)」(94년 10월10∼12일) 100억원 등 가을태풍은 엄청난 피해를 동반했다.
올해는 7월9일 제1호 「니콜(Nichole)」을 시작으로 21일까지 모두 7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이는 평년의 19.3개에 크게 못미치는 숫자. 그러나 기상청 관계자들은 부쩍 잦아진 가을태풍으로 인해 이 숫자를 거의 채우게 되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태풍발생횟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사상 최대의 기상이변을 불러온 엘니뇨가 약해지고 올 여름부터 나타난 라니냐의 세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 라니냐의 발달로 해수면 온도가 예년수준을 회복하고 무역풍이 강해져 「태풍의 요람」이라는 필리핀 부근의 열대성 수렴대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열대성 수렴대」란 필리핀 동해상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5도 사이 지역. 태풍은 이곳에서 동쪽에서 불어오는 무역풍과 해상의 습한 공기가 부딪치면서 활성화한 열대성 저기압이다.<권대익 기자>권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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