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관계 정의싸고 검사와 공방/침통표정 “성실답변” 증인선서/구체적인 성행위 묘사는 삭제/修辭“섹스는 인간사에서 가장 알수없는 영역”/회한“우정으로 시작했던 관계 이렇게 귀착 후회”/충고“당신들은 정치적 음해에 이용될 가능성 있다”/분개“모니카는 FBI요원들에 강제 감금됐었다”21일 마침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연방대배심 증언 테이프가 미국 TV에 생생하게 공개됐다. CNN 방송 등 미국의 주요 TV는 하원 법사위가 지나친 성묘사와 다른 증인들의 사생활보호에 해당되는 부분만 빼고 공개한 비디오테이프를 그대로 내보냈다.
·선서=8월17일 오후 1시3분(현지시간) 백악관 맵룸(Map Room)에서 시작된 증언은 『오직 진실만을 말하며 거짓을 말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클린턴의 선서로부터 시작했다. 수사관이 인정신문에 들어가며 이름을 묻자 클린턴은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수사관은 연방대배심의 증언 필요성,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 등 절차를 설명한 뒤 곧바로 신문으로 들어갔다.
·성명서 낭독=특별검사팀의 추궁은 1월17일 클린턴이 했던 폴라 존스 성희롱 재판에서의 증언에서 시작됐다. 수사관이 『당시 재판에서 진실만을 말했는가』라고 첫 질문을 던지자 클린턴은 『진실하게 진술했다』 『누구든지 법정에 선 사람은 진실된 증언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이어 다른 수사관이 『다소 불유쾌한 질문이 되더라도 이해하고 성실하게 답해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 단도직입적으로 르윈스키와 성적 관계를 가졌냐고 물었다.
이때 클린턴은 『미리 준비한 문안이 있는데 이를 읽어도 좋으냐』고 허락을 구한 뒤 안주머니에서 세 문단 분량의 문안이 적힌 종이를 꺼내 안경을 쓰고 읽어 내려갔다. 특별검사팀이 『얼마든지 좋다』고 허락하자 클린턴은 안경을 쓴뒤 『우정으로 시작했던 관계가 이러한 행태로 귀착된 데 후회한다』는 회한과 자책을 토로하는 성명서를 읽었다. 성명서는 96년초 수차례와 97년초 한차례 『부적절하고 친밀한 성접촉이 있었다』고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시인한 내용이다.
당초 증언테이프 시작 부분 7분간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르윈스키와의 구체적인 성행위 묘사에 대한 질문과 클린턴의 곤혹스런 답변은 공개된 테이프에서는 삭제됐다. 화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카메라 옆에는 데이비드 켄달 등 클린턴의 개인변호사 3명이 입회, 이 대목에서 성명서 낭독을 눈짓으로 충고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과 답변= 성명서 낭독이 끝난 뒤 검사들이 「부적절한 접촉」이 무엇인지 구체적 설명을 요구하자 클린턴은 『부적절하게 친밀한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명서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는 『나는 이것이 성교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며 『나는 그것이 폴라 존스 사건 증언때 내려진 (재판부)의 정의에 해당하는 행위를 포함한다고 믿지 않으며 그 당시 성격규정에 따르고 싶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르윈스키와의 「성접촉」이 「성행위」가 아니며 폴라 존스 재판에서 정의한 「성관계」도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추가답변을 요구받을 때마다 『가족과 나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개인적 배려와 대통령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감안할 때 이것만이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내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클린턴은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성행위」라고 부르는 것은 동침을 의미하며 나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두차례나 강조했다. 클린턴은 계속 르윈스키와의 성 관계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사실상 거부하면서도 폴라 존스에 대한 성희롱과 사건 증언 때의 위증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또 『섹스는 인간사에서 가장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철학적 수사를 동원하기도 했다.
·성관계의 정의 논란=검사가 클린턴이 정의하는 「성관계」와 르윈스키와의 「성접촉」의 내용을 끈질기게 추궁하자 그는 자신이 르윈스키의 몸을 만지지 않은채 수동적인 자세에서 오럴 섹스를 받았기 때문에 어떤 범주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빙빙 돌려 답변했으나 직접적으로 「오럴 섹스」라는 단어는 끝까지 피했다.
이 대목에서 검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르윈스키로부터 오럴 섹스를 받았는지 여부를 「예」 「아니오」로만 답변하라』고 몰아쳤고 클린턴은 『부적절하고 친밀한 접촉』이라고 성명서 문안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개된 테이프에서는 삭제됐다.
클린턴은 르윈스키가 그와의 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얘기했는지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설사 르윈스키가 그렇게 했다해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분노와 불만=클린턴은 『내가 하는 증언에 충실하고 르윈스키와 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라』며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은 정치적 음해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클린턴은 『폴라 존스 재판 당시 나는 증언을 하며 지뢰밭을 지나는 심정이었다』며 『특별검사측이 증언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을 개탄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특별검사팀이 르윈스키의 선물, 일자리 주선 등을 거론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자 클린턴은 『모니카가 당신들에 속한 검사 5명과 연방수사국(FBI) 요원 5명에 의해 감금됐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스타 검사 자신도 두차례 직접 질문을 했고 켄달변호사에게 두차례 약속한 4시간을 넘겨서 더 질문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켄달은 모두 거절했다. 휴식시간을 뺀 증언시간이 정확히 4시간이 된 오후 5시55분 증언은 끝이 났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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