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기업을 사들이는 외국자본을 우리는 고운 눈으로 보지 않았다. 우리경제를 종속화하려는 침략자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그런데 지금 우리기업들은 외국자본에 팔려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부도에 쫓기는 기업은 부도를 막기 위해, 그리고 빚이 많은 기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자본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은행들도 스스로 살기 위해 그렇고 정부 또한 재정수입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자본에 공기업까지 내놓고 있다. 말하자면 외국자본에게 국내기업들을 「세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이제 외국자본을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마지막 해결사」로 여기는 경향이 생겼다.
이같이 시계추처럼 극과 극을 오가는 우리의 외자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자본은 우리에게 침략자도 아니고 더욱이 구세주가 될 수도 없다.
오늘과 같은 개방체제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산업의 세계화, 즉 우리자본이 외국에 나가고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다. 예컨데 사람을 많이 쓰는 노동집약산업은 인건비가 싼 나라로 우리자본이 나가야 할것이고,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은 우리가 외국자본을 끌어 들여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자본은 국내자본과 같을 수 없는 것이다. 기술이 오더라도 핵심기술이 오지는 않는다. 서로를 이용하며 돈을 벌어 가자는 상거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만큼 밑지는 장사가 되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볼때 지금의 외국자본유치에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
첫째 부등가(不等價)거래의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도산의 위험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절박한 상황이다. 자구책으로 공장과 땅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을 사줄 국내자본은 없다. 그래서 외국자본에 헐값으로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주식가격은 대부분의 기업이 지난해의 5분의 1 또는 10분의1 가격이다. 그래서 한국의 주식가격은 모두 합해서 50조원에 불과한데 미국의 「제너널모터스」 자동차회사의 주식가격 총액이 300조원에 이르고 있으니 이 회사 주식의 6분의 1만 팔면 우리 상장기업을 모조리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둘째 외국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수출이 다치게 된다는 점이다. 외자가 들어오면 외환공급이 증가하여 원화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환율이 내려가 수출이 타격을 입는다. 지나친 외자도입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에서 외자는 적극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익의 득실을 가리는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외국자본에 대한 무분별한 유치경쟁이 멀지 않아 화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박승 중앙대 경제학 교수>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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