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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청와대 7개월을 듣는다(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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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청와대 7개월을 듣는다(한국인터뷰)

입력
1998.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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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어렵다고 굶는 학생 있어선 안돼”/“대통령과 토론도 하지만 지켜야할 線지켜/다음 총선때는 여당서 여성 30% 공천 기대/대통령 부인도 청와대 활동 기록 남기겠다”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는 지난 7개월동안 매우 성공적인 대통령부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내외에 좋은 인상을 심고 있다. 「남편과 함께 민주화투쟁을 해온 강한 아내」로만 그를 기억하던 사람들은 차츰 그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인간적인 부드러움과 품위,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온 지식인으로서의 면모, 한평생 성경속에서 길을 찾았던 신앙인의 자세, 점잖고 당당한 연설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고 있다. 매일 바쁜 일정을 보내는 이희호 여사를 본사 장명수(張明秀) 주필이 만나서 청와대 생활, 앞으로의 계획, 가족이야기등을 들어보았다. 지난주에 있었던 이 인터뷰는 그가 대통령부인이 된후 언론사와 가진 첫 회견이다.

­청와대에 들어오신 후 생활속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입니까.

『아침에 한시간 늦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전에는 새벽부터 찾아오는 손님들때문에 5시이전에 일어났는데, 요즘에는 6시쯤 일어나면 됩니다. 수면시간도 하루 5시간에서 6시간정도로 늘었어요. 청와대에 들어온후 얼굴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무슨 특별한 미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잠과 관련이 있을거예요』

­대통령부인으로서 많은 일을 하시지만, 특별히 관심을 갖고 추진할 일을 결정하셨습니까.

『그전부터 조금씩 해오던 일인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요. IMF체제아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직자들과 그 가족, 결식아동, 장애인, 소외계층에 도움이 되는 일을 좀더 조직적으로 할 생각이예요. 10월중에 복지부에 등록하여 재단을 발족시키게 될거예요』

­대통령부인이 어떤 단체를 만들어 일을 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고,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후원금을 모으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어떤 대비를 하시겠습니까.

『그런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 단체는 가칭 「사랑의 친구들」이라고 정했는데, 이름이 말해주듯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해서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예요. 물론 저도 참가자의 한사람일뿐이고, 단체를 이끌어 가는 것은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이 맡아야지요. 회비와 후원금을 받겠지만, 상한선을 정해서 부작용이 없도록 하고, 내용도 공개해야지요. 자선바자나 티모임도 계획하고 있는데, 잘 쓰지는 못하지만 저도 바자에 내놓을 붓글씨를 준비하고 있어요. 대통령께도 부탁했는데 아직 안쓰시네요』

­며칠전 한 학교에서 결식학생들에게 점심을 주셨는데,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성동여자실업학교에 도시락을 사가지고 가서 같이 먹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얼굴이 밝았어요. 대통령께서도 전에 공업고에 일일교사로 가셔서 학생들이 지금 불우한 환경에 있더라도 용기를 잃지말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하셨는데, 저도 같은 이야기를 했지요. 그 학교에는 정보관리과, 의상과등이 있었는데 취직도 잘된다고 들었어요. 학생들이 옷만드는 것을 보니 옛날 여학교시절에 학교에서 수놓던 생각이 나더군요. 사실 우리경제가 지금 어렵다고 해도 학생들이 끼니를 굶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도와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운동이 시급한데, 제가 하려는 일은 그런 운동입니다』

­지금까지 김대중씨의 아내로 숱한 고난을 겪으셨는데, 청와대에 오기위해서 그 고난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같은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사실은 저의 결혼자체가 모험이었어요. 그당시 남편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고, 아내와 사별하고, 61년 보궐선거에서 당선했으나 5·16이 나는 바람에 선서조차 못한채 놀고있었으니까요. 전세집에서 어린 두 아들과 살고 있었는데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웠어요. 그러나 저는 그의 이상과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확신으로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했어요. 물론 정치가의 아내로 어느정도의 각오는 했었지만, 죽음의 고비를 두번씩 넘기며 그토록 고난을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요. 그러나 그가 가는길이 옳은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어떤 고난도 이겨낼수 있었어요. 저는 모태(母胎)신앙으로 한평생 하나님에 의지해서 살아왔는데, 십자가뒤에는 반드시 승리가 있다고 믿었어요. 하나님이 이런 시련을 주시는것은 언젠가 크게 쓰시기위한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대통령이 되지 못했더라도 하나님을 원망하지는 않았을거예요.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생이었다고 믿으니까요』

­대통령께서는 결혼후 두 아들을 자기가 낳은 아이처럼 사랑해준 부인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여러번 하신적이 있습니다. 재혼가정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부인을 믿지못하여 아이들을 싸고돌면 원만한 가정이 되기 어렵지요. 우리집의 경우 처음에는 나에게 서먹서먹하게 대하던 아이들이 별별 이야기를 다 털어놓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아이들 일을 나에게 전적으로 맡겼기 때문입니다. 두 아들과 사이가 좋다보니 내가 낳은 막내와 형들도 당연히 사이가 좋았지요』

­정일형·이태영 박사와 각별한 사이셨는데, 그 아들인 정대철(鄭大哲) 전 의원이 정치권 사정으로 구속되는것을 보면서 정치무상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심정이셨습니까.

『그가 구속되는것을 보면서 제일 먼저 이태영 박사 생각을 했어요. 잘 아시다시피 이박사는 지금 노환이 심한 상태인데, 대선이 끝난후 봉원동 댁으로 찾아갔으나 저를 못알아 보시더군요. 정대철 의원의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여러가지로 가슴이 아픕니다』

­정치권사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소 시끄럽고 부작용이 있더라도 이번에 정치비리를 철저하게 뿌리뽑지 않고는 개혁도 경제발전도 어렵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그점에서는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이화여전 재학시절 일제가 학교를 단기 연성소로 바꾸는 바람에 눈물로 졸업식을 하던 이야기를 하신적이 있는데, 일본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또 동년배 여성들이 군대위안부에 끌려갔었는데, 일본정부가 그들에게 보상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유감스러운것은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를 분명하게 반성하거나 책임지려 하지 않고, 때로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시간이 많이 흘렀고,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는 시대이니, 그들이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분명하게 사과한다면 우리도 빨리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미관계나 한일관계는 매우 중요하므로 이웃나라가 정말로 가까운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통령부인이 『나는 정치를 모릅니다』라고 말해야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내조자로서 뿐아니라 정치적 동지로 살아오셨는데, 대통령이 되신후 국정에 대해서 어느정도로 의견을 말씀하십니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시는 일에 끼여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대통령이 제 의견을 물으실 경우에는 토론도 하고, 시중의 여론을 전하기도 합니다. 주로 여성문제에 대해서 저에게 물으시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인사문제등 예민한 부문에는 간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대통령의 아드님들이 어느 정도로 아버지에게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 시중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얼마나 자주 만나십니까.

『과거에 나쁜 선례가 있었기때문에 온가족이 단단히 조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점에 대해서는 절대로 국민들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세아들중 두아들은 국내에 있고, 막내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손자손녀가 모두 일곱명입니다. 대개 일요일에 만나고 있는데, 대통령이나 저나 아이들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지요』

­많은 나라들이 퍼스트레이디 자료실을 갖고 있다는데 청와대는 어떻습니까.

『자료실은 커녕 자료가 전무한 상태입니다. 역대 대통령부인들이 청와대를 떠날 때는 자신의 모든 자료를 분쇄기에 넣어 파기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자료를 남기자는 생각에서 연설문, 일정등 각종 자료를 문서와 비디오등으로 챙겨두고 있습니다. 이다음에 오실 분에게 참고자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재임기간에 꼭 이루어주기를 바라는 일은 무엇입니까. 『여성문제를 한단계 올려놓는 것입니다. 국민의 절반이 여성이니 이문제는 사실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이기도 하지요. 여성부대신 여성특위를 신설하여 대통령이 직접 여성문제를 챙기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속도가 느린 것 같지만 착실하게 여러 부문에서 여성진출이 늘어나고 있어요. 사실 대통령께서는 우리집 손자 일곱명중 대학생인 맏손녀에게 「네가 우리집 장손녀이니 동생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실만큼 아들딸에 대한 편견이 없어요. 다음 총선때는 여당에서 30%정도 여성을 공천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청와대에 들어온 후 내외분께서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셨습니까.

『그렇지 못해요. 식당 좌우에 대통령의 서재와 나의 서재가 마주보고 있는데, 식사가 끝나면 서로 자기 서재로 들어가 밀린 일을 처리하고 있어요. 일산에 새집을 지을때 내 서재를 따로 갖게 되었는데, 꼭 책을 읽기위해서라기보다 여자손님을 접대하기 위해서 필요한 장소였어요. 청와대 생활에서도 내 서재를 따로 갖게된것이 매우 기쁩니다』

­건강을 위해서 특별히 하시는 운동이 있습니까.

『대통령께서는 청와대안의 실내수영장에서 매일 수영을 하시고, 저는 수영장 물속에서 하루 30분정도 걷는 운동을 합니다. 지난번 다리를 다친후 의사가 권해서 하기 시작했지요. 우리 두사람의 건강은 매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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