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물에 삶아야 냄새 없어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추어탕 철이다. 예전에는 벼를 벤 후 논 고랑을 뒤집어 미꾸라지를 잡았기 때문이다.
추어탕은 지방마다 조리법이 다르다. 경상도나 전라도에서는 미꾸라지를 삶아서 살만 체에 밭여 끓인다. 서울식은 미꾸라지를 통째 쓴다. 전라도는 된장을 듬뿍 넣고 들깨가루를 풀어 걸찍하다. 강원도 원주식은 고추장 간을 하고 생야채를 쓴다. 서울식은 푹 곤 곱창 국물에 끓이고 두부를 넣는다.
전통음식연구가 강인희(명지대 명예교수)씨는 『추어탕을 끓이려면 미꾸라지 손질과 비린내 없애는 요령이 중요하다』고 일러준다. 미꾸라지는 깨끗한 물에 반나절 쯤 담갔다가 소쿠리에 건져 소금을 뿌려 해감을 토해내게 한다. 이때 미꾸라지가 마구 몸부림을 치고 밖으로 뛰쳐나가니까 아예 비닐봉투에 넣고 소금을 뿌려 꼭 매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미꾸라지가 좀 잠잠해지면 꺼내어 물로 여러번 깨끗이 씻는다. 손질한 미꾸라지를 펄펄 끓는 물에 삶는다. 『찬물에 넣으면 비린내가 난다』고. 미꾸라지는 이때도 살아서 펄쩍 튀므로 후딱 뚜껑을 덮고 끓인다. 비릿한 맛을 없애는 데는 초핏가루와 방앗잎을 쓴다. 방앗잎은 추어탕을 불에서 내리면 바로 넣어 강한 향기를 살리고 초핏가루는 먹을 때 친다.
용금옥 주인 신동민(36)씨는 『서울식으로 먹으려면 미꾸라지를 한 30분 쯤 삶아 건진 뒤 그 물에 곱창 곤 국물을 합쳐 두부, 버섯, 호박 등을 한데 넣고 끓이다가 삶은 미꾸라지를 넣고 끓이면 된다』고 말한다. 전라도나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뼈가 흐물흐물해지도록 2시간 가까이 곤 다음 체에 밭여 뼈를 걸러내고 이 진국에 미꾸라지 살과 시래기를 넣어 끓인다. 『원주식은 고추장을 쓰고 마지막 소끔때 부추 미나리 같은 향긋한 야채를 넣는다』고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원주추어탕 주방장 김관임(48)씨는 들려준다. 강씨는 추어탕은 『마늘 생강 등 양념을 넉넉히 넣고 된장이든 고춧가루든 듬뿍 쳐야 맛이 난다』고 말한다. 맵고 달큰한 맛에 땀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먹는 맛이 추어탕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맛있어
흔히 미꾸라지라고 아는 민물고기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2종이 있다. 같은 기름종개과(미꾸리과라고도 함)에 속하지만 별종이다. 미꾸리는 몸통이 둥글고 입수염이 짧고 미꾸라지는 납작하고 수염이 길다. 더 맛있는 것은 미꾸리.
미꾸리든 미꾸라지든 시중에 국내 자연산은 드물고 대부분 양식이거나 중국산이다. 국내 자연산은 배 부분이 노리끼리한 게 때깔이 곱다. 몸은 짧고 작아 대부분 어른 손가락 길이를 안넘는다. 중국산은 한뼘만큼 큰 게 많고 빛깔이 거무튀튀하다. 서울에서는 경동시장에서 자연산 미꾸리를 살 수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미꾸리는 「성(性)은 온(溫)이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이 듬뿍 들어있어 원기회복에도 그만이다.
◎맛있는 집
■서울식 용금옥(서울 중구 다동 027771689)
■원주식 복추어탕(강원 원주시 개운동 03717627989)원주추어탕(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028446368)
■전라도식 새집(전북 남원시 천거동 06716252443) 무등산 추어탕(광주 동구 금남로 0622282406) 남도식당(서울 중구 정동 027774306)
■경상도식 상주집(대구 중구 동성로 2가 053425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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