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서로 “저쪽이 원한다면…” 변화 조짐/‘공권력·사정명분 손상 없게’ 절충 관건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춘천발언」 이후 여야대화 분위기가 가녀린 싹을 틔우고 있다. 원론적이지만 『꼬인 정국을 마냥 방치할순 없지 않느냐』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총무나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총무는 『저쪽이 원하면…』이라는 전제를 달지만 『막힌 정국은 풀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화론이 제기된다는 사실은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국이 당장 해빙무드로 전환되는 상황은 아니다. 여야의 명분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어 총무회담이 열린다해도 가시적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적지않은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선(先)표적사정 중단」을 요구하고 국민회의는 비리의원 검찰출두, 국회복귀를 일종의 조건으로 내세워 외형상 접점은 없다. 한나라당이 실리없이 국회에 복귀할 수 없는 형편이고 국민회의 역시 검찰권행사나 헌법사항인 정기국회 운영을 타협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부담이 크다.
명분도 명분이지만 실제 여야가 주고받을 카드가 별로 많지않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한나라당은 내심 비리혐의 의원들의 불구속, 사정 중단을 바라면서 이를 여당이 약속하면 정국정상화에 적극 임하겠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비리의원의 불구속 약속이 정치권 사정에 여권핵심부가 개입했다는 간접시인이 될 수 있고 현실적으로 검찰의 기소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여당이 야당 요구를 공개적으로 수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조세형(趙世衡) 국민회의총재대행은 『헌법사항인 정기국회에 들어오겠으니 비리의원을 봐주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이처럼 외형상 여야간 타협이 어려워 보이지만, 틈새는 있다. 여권이 공권력의 권위나 사정의 명분을 손상시키지 않고 실질적으로 야당에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다.
여야 막후에서 은밀하게 논의되는 절충안은 검찰이 비리의원들의 「죄질」에 따라 구속, 불구속기소의 대상을 구분해 밝히는 것이다. 이 방안이 채택될 경우 한나라당 L K의원은 불구속, K의원은 구속 대상자로 분류될 전망이며 이기택(李基澤) 전 총재대행의 사법처리도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귀띔이다. 여야는 구속대상자에 한정된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그 처리를 유보하는 절충을 할 수도 있다.
이런 타협안이 도출되기까지는 여야 모두 내부설득, 명분확보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화전(和戰) 양면의 정국이 계속될 것같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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