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은 과연 굿딜(Good Deal)인가」 5대기업간에 추진되고 있는 빅딜이 가시적인 결과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빅딜의 타당성과 성과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합병이 아닌 컨소시엄 방식의 성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빅딜을 위해 재계가 요구한 금융·세제상 지원에 대한 특혜시비도 일고 있다. 빅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어본다.◎밥 펠튼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부실기업 퇴출 전혀없어/경쟁력 제고 기대어려워
빅딜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전 산업부문에 있어 과잉설비를 해소, 산업전체의 코스트를 줄이고 과당경쟁을 해소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기업측면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경영기법· 마케팅·인력구조의 조직화, 경영진의 지배구조 개선, 재무구조 개선, 신용도 제고등이다. 이번에 7개 업종에 걸쳐 이뤄진 빅딜이 이러한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경영진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경영기법등 어느 면에서도 개선의 조짐은 찾아 보기 어렵다. 정부의 당초 의도는 빅딜을 통해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그룹별 핵심사업 부문만 선정,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자는 데 있다. 그러나 부실기업의 퇴출은 전혀 없이 덩치 큰 회사들을 합쳐 경영권만을 나눠갖는 식으로 결말이 나면서 이번 빅딜의 기대효과는 국내 과점도만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마저 불리한 결과만을 초래했다. 궁극적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부분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쪽 주머니에서 저쪽 주머니로의 전이(轉移)는 경쟁력 제고와는 다르다.
◎이재우(李栽雨)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기업 자발조정 소중한 성과/독점시비 없게 시장개방을
7개업종에 걸쳐 이뤄진 재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은 70∼80년대 정부주도로 이뤄졌던 산업구조조정과 달리 기업의 자발적인 의지가 담겼다는데 그 상징성이 있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주요 산업에서의 과잉투자가 경기불황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빅딜은 민간기업들이 스스로 과잉중복투자를 조정하기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귀중한 성과다. 또한 지지부진했던 기업구조조정이 5대그룹 뿐만이 아니라 6대이하 기업들에게도 숨통을 트여주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 이를 계기로 7대업종외에도 광범위한 산업구조조정 물결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경영에 나서 독과점 폐해에 대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보완하기위해서는 정부가 시장개방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 기업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개방 확대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안에서 도움이 된다.
◎알랭 페뉴코 파리국립은행(BNP) 한국본부장/사업교환… 컨소시엄…/대체 어떤것이 빅딜인지
새정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부각됐던 빅딜은 재벌문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을 재벌개혁의 단안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정체도 불투명한 빅딜때문에 이젠 재벌개혁이 뒤틀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엔 재벌들이 비주력부문은 털어내고 주력부문을 사들이는 것이 빅딜이라고 했다. 그 다음엔 과잉투자된 부문의 구조조정에 빅딜의 무게가 실렸다. 여러 재벌이 동시에 진출해 있으면서 과잉투자가 이뤄진 업종을 한 재벌에게 몰아줘 과잉투자분을 해소시켜 보려는 정책으로 여겨졌다. 이젠 재벌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공동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까지 빅딜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빅딜이고, 무엇을 위한 빅딜인지조차 알수 없게 됐다. 재벌들은 여기에다 정부가 원했던 빅딜을 하니 세제지원과 부채탕감등을 해달라고 요구, 재벌에 대한 정부지원이 곧 빅딜이 될 판이다. 기업이 효율성을 갖추도록 하는 최선은 공정한 시장경쟁을 확보, 그 속에서 비효율적인 기업은 도태되고 생존할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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