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롭게 생을 마감할 각오가 돼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거듭된 「옥쇄(玉碎)발언」의 의도와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최후의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최근 의원총회와 지방 규탄대회에서 그가 던진 말은 비장함을 넘어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내가 몸을 던져 의회민주주의 파괴를 막겠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내 생명을 아끼지 않겠다』 『살기위해 굴복하느니 명예를 위해 죽겠다』
이에 대해 당내에는 『이총재가 단식투쟁을 각오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의원직 사퇴결의라는 배수진을 친 이상 남은 수단은 단식 밖에 없는 데다, 일부 강경파 의원도 『총재가 몸을 던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총재 스스로도 16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나는 한번 단식을 하면 목숨을 걸고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단식에 돌입할지의 여부와 시기는, 정국상황과 단식투쟁의 효과 등과 함수관계에 있다. 일각에는 19일 부산 집회의 규탄 열기가 고양될 경우 이총재가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단식을 결행할 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 부산집회등의 결과가 불만족스러워 반격의 계기를 잡지 못한다면, 추석연휴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내달초 방일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단식카드를 사용하기 쉽지않다.
이런 점에서 이총재의 발언은 의원들의 전의를 북돋우기 위한 「당내용」의 성격도 아울러 함축하고 있다. 사정바람 앞에 동요하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후속 대응방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다시금 당에 긴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극제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극한 투쟁을 이끌고 있는 그의 깊어가는 고민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