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긴장 갈수록 고조/이슬람 종교갈등 성격/전면전까진 안갈듯이란과 아프가니스탄간에 전운이 돌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5일 『모든 관리들과 군은 국익을 위해 내려진 결정과 계획을 단호히, 그리고 제때 수행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춰야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對)아프간 전시동원령을 하달했다. 앞서 이란은 14일 탱크 전투기 등을 동원해 8만 병력을 국경지역에 긴급 배치하고, 23일에는 이 지역에서 20만 병력을 동원한 대규모 기동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아프간 탈레반 정부의 와킬 아흐마드 대변인은 이날 협상 또는 제3자 중재를 요구하면서도 『우리의 영토가 공격받으면 이란의 도시를 공격할 것』이라며 응전결의를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완고한 두 이슬람 국가간의 긴장은 최근 아프간 내 이란 외교관이 탈레반군에게 피살된 데서 야기됐다. 96년 구 친소정권을 밀어내고 수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최근 북부 반(反)탈레반군의 최후 거점인 마자르 이 샤리프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현지 이란외교관 11명을 체포, 이란의 송환요구에도 불구하고 최소 7명을 살해했다.
탈레반은 이를 현지 작전병력의 실수로 변명했다. 그러나 시아파의 좌장인 이란이 같은 이슬람이지만 수니파인 탈레반의 완전집권을 막기 위해 그동안 아프간 내 시아파 반탈레반세력을 지원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는 수세기 동안 해묵은 이슬람권 내 종교적 갈등의 성격이 매우 짙다.
하지만 월등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전면전을 감행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관측이다. 우선 80년부터 88년까지 이라크와 긴 전쟁에 휘말렸던 이란이 아프간과의 장기전에 흥미를 가질 이유가 없다. 또 탈레반정부에 대한 미국의 이해 등을 감안할 때, 전쟁은 곧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 취임 후 적극 추진해왔던 대(對)서방 화해정책의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란은 제한적인 응징을 통해 국내의 반탈레반 정서를 소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경에서의 위력과시나 아프간에 대한 이란의 전격 공습 등이 점쳐지고 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양국마찰 경제적 요인/카스피해 원유수송로 갈등/이란,아프간경유에 불만/‘안전수송’ 보장받을 계산
이란과 아프간간의 갈등에는 정치·종교적 이유 외에도 중앙아시아 원유의 보고인 카스피해 자원 수송을 둘러싼 경제적 요인이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카스피해의 원유매장량은 280억 배럴, 천연가스는 약 6조5,600억㎥에 이른다. 추정치로는 최대 2,000억 배럴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이곳의 원유를 공급하는 송유망이다. 대부분의 송유망은 90년대 이후 대부분 결정됐지만 중앙아시아 송유로는 이란과 러시아의 입장과 미국 아프간 파키스탄 인도 등 관련국의 이해가 달라 아직 확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중앙아시아 송유관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 경로로 주장하고 있는 미국 등은 아프간 탈레반 정부를 암묵적으로 지지해왔다. 반면, 러시아와 이란은 이란을 경유한 송유관을 선호해왔다. 특히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으로서는 수세기간에 걸친 아프간 지역 수니파와의 종교갈등을 감안할 때 아프간 경유 송유관은 국익에 지대한 위협이 되는 계획이었다.
최근 탈레반 정부와 협조 하에 아프간 경유 송유관 사업을 벌였던 미 우노칼사는 아프간 정정불안 등을 이유로 관련 송유관 사업을 전면 유보했다. 이란으로서는 이 기회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자국 경유 송유관을 유치하거나 아프간에 대해 송유관 건설시 안정된 원유 및 가스관리를 보장받으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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