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협상과 대립이 급기야 공권력 투입으로 비화하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14, 15일 계속된 9개 은행장과 금융노련 및 노조위원장 간의 단체협상은 은행장 감금과 공권력 투입으로 발전했고, 협상은 결렬된 채 노조측의 격렬한 항의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 구조조정의 최대고비라고 할 수 있는 이 사태는 감원안에 대한 노사간의 시각차가 워낙 크므로 해결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나, 협상이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금융감독위원회는 조흥 상업 한일 외환 평화 강원 충북 제일 서울은행 등 9개 은행에 대해 40∼45%의 인력을 가급적 이달 안에 줄이고, 그 세부계획을 담은 이행각서를 15일까지 제출토록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은행장측은 금감위가 「은행생존조건」으로 인원감축을 요구한 만큼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노조측은 이 문제는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수용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노조간부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나 금융노련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 전면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되면 이달말로 예정된 은행구조조정 일정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다른 부문의 구조조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은행 구조조정의 파행이 지난번 현대자동차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하락시키고 우리 경제회복에 반드시 필요한 해외자본 유치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노조 간부들이 은행장을 불법감금한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금감위와 은행 경영진도 매우 강도가 높은 구조조정이 은행원들의 생존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해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좀더 성의와 노력을 보여야 한다. 시중 자금 흐름의 동맥역할을 하고 있는 시중 은행이 파업이라는 극단상황까지 간다면 대외 신인도는 물론 우리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게된다.
어렵더라도 노사 모두가 은행존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비용·저효율 문제의 개선과 구조조정의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은행의 노사는 대국적인 자세와 타협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신(新)노사 문화」의 모델을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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