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오늘 역사적인 서울 올림픽이 개막됐다. 80년(모스크바), 84년(LA)만 해도 올림픽은 냉전 이데올로기때문에 반쪽대회였다. 그러나 88 서울올림픽은 동서화합을 유도했고 우리는 분단국과 개발 도상국의 한계를 넘어 올림픽 사상 최고의 대회를 치러냈다. 금 12개로 종합 4위에 올라 자긍심도 높였고 국민적인 일체감도 일궈냈다. 소련 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의 북방외교에서 성과를 올린 것도 올림픽의 또다른 부산물이었다. 전국에 스포츠 인프라가 구축됐고 통신,정보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다. 국내 스포츠는 외국과의 교류 증진과 생활체육인구의 급증으로 전성기에 돌입했다. 올림픽 수익금 3,360여억원은 체육진흥기금으로 전환, 한국스포츠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 이같은 평가는 공허하기만 하다. 올림픽의 무형의 유산은 흔적도 없다. 오히려 한국스포츠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의 여파로 1년도 못돼 무려 41개 실업팀이 연쇄적으로 해체됐다. 기업인들은 체육단체에서 손을 떼기 시작해 역도 수영 농구 복싱(대한체육회장이 겸임) 세팍타크로 검도등이 회장없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88올림픽때 1실4국21개과에 225명으로 운영됐던 체육청소년부는 아예 없어졌고 다만 문화관광부 산하 1국4과 56명이 체육정책을 담당한다.
연간 운영비가 탱크 1대 값밖에 안된다는 국군체육부대(상무)는 2000년부터 문을 닫는다. 국방부의 생색내기 구조조정에 유탄을 맞아 매년 수백명에 달하는 입영대상 운동선수들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체육부가금도 2000년부터 폐지되며 적지 않은 체육후원금을 제공했던 마사회의 운명은 오리무중이다. 신정부 공약사항이었던 농림수산부로의 이관을 추진하다 고위층의 말 한마디에 논의가 중단됐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조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공단, 마사회, 생활체육협의회, 경륜등에는 낙하산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다. 골프장까지 정치인 사장이다. 프로야구의 수장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더니 취임 3개월 만에 비리혐의로 구속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비상 운영체제에 돌입했다.
내년부터 공무원 상여금(봉급의 600%)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체력단련비가 전액 삭감된다. 어려운 시기에 몸이라도 튼튼해야 하는데 왜 하필 체력단련비를 삭감하나. 현정부의 체육 정책이 「홀대와 무관심」이기 때문인가.
스포츠를 홀대하며 거품을 걷어내자 이번에는 쓰레기 냄새가 난다. 감독에게 돈을 상납하고 대학에 들어갔다 하여 아이스하키계가 발칵 뒤집혀졌다. 국가대표 감독을 비롯한 고교·대학 감독들이 법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자율 경영을 기대했던 배구, 사격등 일부 단체는 경기인들끼리 붙었다. 세를 잡기위한 파벌싸움과 힘겨루기 사이에서 종목의 활성화는 뒷전이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방콕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태릉 선수촌에서는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관심을 주지 않는다. 당연히 선수들의 사기는 떨어져 있다. 그래서 방콕 아시안게임의 참패를 예견한다.
올림픽 10주년에 한국스포츠는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다. 다행히 4년뒤 월드컵을 치러야 하는 축구장에 관중들이 들어차 그나마 위안이다. 그러나 이것도 행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 아니다. 프랑스월드컵에서의 참패를 기억하는 팬들의 순수한 축구사랑, 나라사랑 덕이다.
정부의 홀대와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계속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도 참가해야 하고 2002년에는 우리 앞마당에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 하지만 방향이 지금같다면 결과는 뻔하다. 성적은 고사하고 성공적인 개최도 보장받지 못한다.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