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를 제출하기도 전에 미리 채점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정책위 의장과 박광태(朴光泰) 제2정조위원장이 15일 『삼성이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다』고 발언한 직후 재계 관계자들이 발끈하며 지적한 말이다. 김의장과 박위원장은 『대우와 현대는 부채가 너무 많아 기아를 인수하는 것은 힘들다』며 『삼성이 포드와 합작하여 기아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입찰과정에 있는 기아·아시아자동차 처리문제에 대해 여당의 중진들이 누구는 안되고, 누구는 된다며 이러쿵 저러쿵 간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삼성도 여권의 「삼성편들기」에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도 『여당의 삼성대세론은 그룹의 운신폭을 좁혀주고, 낙찰자로 선정되더라도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정부는 기아의 처리문제와 관련, 특혜의혹을 차단하기위해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했다. 수의계약으로 쉽게 새주인을 「간택」할 수도 있으나 굳이 공개입찰을 택한 것은 오로지 투명성 확보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의 실세중진이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특정업체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정책의지(투명성확보)에도 찬물을 끼얹는 악재다. 김의장은 연초 재벌들의 빅딜촉구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데 이어 퇴출은행 발표전에 퇴출은행명단을 흘려 금융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전례가 있다.
야구의 규칙은 협회와 구단주들이 결정하지만 경기 진행은 심판의 몫이다. 여당은 기아의 입찰방식결정에는 간여할 수 있지만 입찰방식이 결정된 후의 낙찰자선정은 입찰사무국의 고유권한이다. 여당의 책임있는 중진일수록 민감한 경제현안에 대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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