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식으로 검찰 재단말라” 강공 예고/“두고보면 알것” 상당한 자료축적 시사검찰의 정치권 수사가 빠른 물살을 타고 있다.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 백남치(白南治) 의원 소환에 이어 대상자가 이기택(李基澤) 전 한나라당 총재권한대행, 이부영(李富榮)·김중위(金重緯) 한나라당 의원등 중진급으로 확대되면서 검찰의 정치권 사정(司正)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사정을 정국 정상화의 흥정물로 삼으려한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으려는 듯 검찰의 움직임은 신속하고 거침없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하면 수사가 흐지부지될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것은 정치권의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라며 『과거식으로 검찰을 재단하려 한다면 완전히 판세를 잘못 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타성에 젖어 정치적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종속변수」만을 생각하고 검찰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독립변수」를 계산에 두지 않고 있다는 암시다.
검찰의 독립변수 강조는 앞으로의 사정활동에 적어도 두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덫에 걸린 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에서 검찰의 「원칙대로」의 목소리가 무게를 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정대철(鄭大哲) 전 의원을 구속한 이후 완전히 퇴로가 차단된 상태』라며 『다른 소환자들도 정 전의원 처리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 회기중을 이유로 비리 혐의가 드러난 현역의원들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선에서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주부터 서상목, 백남치의원을 필두로 줄줄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국회에 체포동의안 표결을 「강요」하는 수순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체포동의 절차가 필요없는 이 전대행의 경우도 이미 정치적 고려의 선을 넘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 전대행이 애당초 비공개로 조사하려 했던 「속뜻」을 모르고 소환요구에 불응함으로써 검찰의 선택폭을 좁히는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정이 일과성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점도 유념할 대목이다. 검찰 간부들은 이번 정치권 수사에 대해 「사정」대신 「통상적인 업무활동」이란 말을 써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같은 용어선택이 정치수사라는 비난을 피해가는 방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은 강조의 도가 다르다. 『두고 보면 알 것이다』고 강조하는 검찰 간부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마저 배어 있다. 이런 검찰의 태도는 그동안 수사결과 사정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자료」가 축적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검찰은 청구그룹과 동아건설의 비자금 사용처 추적과정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의원들이 두 기업으로부터 뭉칫돈을 수수했음을 파악해 두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시간을 두고 자금거래의 대가성을 파헤칠 경우 상당수 정치인들이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점에서 회기중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아니라 올가미가 될 수 있다는 역설도 가능하다.<김승일 기자>김승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