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400만∼500만원/병원비 막막 ‘안타까움’허름한 작업복차림에 흰 고무신을 신고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바쳐온 재야원로 계훈제(桂勳梯·78)씨가 수년째 병마와 싸우다 최근 병세가 악화, 서울대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계씨는 4월 2주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입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퇴원한 뒤 통원치료를 받아오다 갑자기 증상이 나빠져, 14일 밤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02)7081278
지병인 폐질환과 골다공증으로 발이 붓고 호흡 곤란을 느끼고 있는 계씨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야할 정도로 병세가 위중한 상태. 병원측은 『정밀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고령으로 병세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일·반독재 투쟁에 앞장서는 등 50년 이상 민주화운동에 매진해온 계씨는 재야원로답게 지금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고문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계씨는 60년대초 폐결핵으로 한쪽 폐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고도 전면에서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왔다. 사상계 편집장, 민통련 부의장, 전민련 고문 등을 지내며 3차례 옥고까지 치렀다. 제대로 된 직장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하고 평생을 변변한 수입없이 지낸 계씨의 생계는 부인 김진주(金鎭珠·68)씨가 그림을 팔아 근근히 이어왔다. 그러나 김씨마저 94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끼니를 잇기조차 어려워지자 후진들이 모금운동을 펴기도 했다. 50만원 가량의 생활비도 대기 힘든 형편의 계씨는 한달에 400만∼500만원이나 되는 병원비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계씨를 돕고 있는 윤여연(尹汝連·45)씨는 『선생님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어지러운 세상을 걱정하는 등 운동가로서의 의연한 모습을 보여오고 있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라고 안타까워 했다.<이태규 기자>이태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