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땡볕에 쌀 10만섬 늘어/목표치보다 300만섬 초과/과일·고추 등도 생산 호전/수해손실 어느 정도 만회우리 조상들은 올 한가위에 잘 영근 햅쌀과 맛있는 과일을 들게 될 전망이다.
뒤늦게 찾아온 더위로 인해 수마(水魔)가 할퀸 들녘이 누렇게 익어가고, 사과 포도 등 과일의 당도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풍년의 꿈에 부풀고,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 지친 도시민은 늦더위가 밉지 않다. 농가나 농림부는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는 점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농림부 당국자는 15일 『늦더위가 이달말까지 계속되면 올 쌀 생산량이 목표치(3,394만섬)보다 300만섬가량이 늘어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며 『잘 하면 대풍작을 기록했던 지난해(3,784만섬)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땡볕에 쌀 10만섬이 늘어나는 셈이다.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불시에 찾아왔듯 늦더위도 예기치 못했던 게 사실. 비피해가 없더라도 벼알이 무르익는 등숙기(登熟期·8월 중순부터 9월 말 사이)에 고온을 유지해야 벼 작황이 좋아지는데, 지난달 1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평균 일조시간은 181시간으로 평년보다 40시간이 많았다. 또한 평년보다 높았던 최저기온 역시 이날부터 떨어져 「한낮은 덥고 아침 저녁으론 선선한」, 최적의 날씨가 되고 있다.
앞서 지난번 수해로 침수된 논 상당수가 하룻만에 물이 빠진 것도 풍년을 거들 전망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홍수뒤에 풍년든다」는 속설처럼 물이 곧바로 빠지면 흙탕물이 기름진 영양소를 논에 뿌리는, 일종의 객토(客土)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또 윤달이 오히려 효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달이 있었던 90, 93, 95년엔 쌀 작황이 평년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5월 윤달로 수확이 20여일 늦춰지고, 때맞게 땡볕까지 들면서 추석 차례상에 햅쌀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또한 늦더위로 과일이 달고 빛깔이 좋아진데다 생산량도 예년 수준을 웃돌아 햇과일이 차례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늦더위는 벼와 과일, 고추 등 채소류의 생산량을 늘려 집중호우에 따른 경제손실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게 농림부의 분석이다. 기상여건이 경제악재에서 호재로 반전하는 셈이다. 더구나 생산량이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지 쌀값이 안정되고, 한 때 「파동」우려까지 낳았던 고추의 가격도 떨어졌다.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고추값은 근당 5,500원에서 최근 5,000원으로 낮아졌고, 산지 시세도 700∼800원 가량 떨어지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다』면서도 『다만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자세로 상황실을 지키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늘」이 IMF 시름을 얼마나 걷어내줄 지 주목된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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