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굿」의 시인 김초혜(55)씨가 오랜만에 신작시집 「그리운 집」(작가정신 발행)을 냈다. 85년부터 7년간 발표한 「사랑굿」연작 183편으로 문화계 전반에 「사랑굿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씨. 최근 5년여 동안 쓴 시들을 모은 그의 아홉번째 시집이다.「사랑굿」의 메시지가 『사랑도 인생도 한 판 굿이며 사랑으로 인한 영혼의 절정은 곧 굿의 절정과도 통한다』는 것이었다면,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굿의 신명과 떨림보다는 굿판이 끝난 뒤 찾아오는 적요와 이를 응시하는 깊은 관조의 시선을 담고 있다. 「사랑굿」이후 살아온 세월은 그에게 자신의 굿이 「추잡한 굿」이었다고까지 말하게 한다. 「나는 괴롭지 않다/가면을 쓰고 다니기에/가면에 가면을 덧쓰고 다니기에/나의 이중성은 들킬 염려가 없다/추잡한 굿에는 이골이 났다/깊은 밤 혼자가 되어서야 가면을 벗는다/아주 작아진 나를 본다」(「가면」중에서). 가면을 벗고 아주 작아진 자신을 응시하며 나온 언어이기에 더 진솔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마음을 모으기 시작하자/그 자체가/하나의 집인 것을 알게 되었다/방황하는 영혼을 쉬게 하는/집 속에는/태어남과 삶, 죽음과 매장/분노와 고통과 무지와 권태가/이웃하며 살고 있었다」. 표제작에서 김씨는 우리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이 모두 모인 그 자리야말로 마음의 집이라고 말한다. 「사람으로 올 때/가지고 온 보따리에는/평범한 나날이 들어 있었다」는 김씨는 그 보따리를 온갖 고통과 무지가 채우는 삶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겠지만 우리는 「그래도 그 곳을/그리워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김씨의 남편은 동갑인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 문인가족을 이루고 있는 김씨가 말하는 가족의 모습은 이렇다. 「남편은 아내를 빛내고/아내는 자식을 빛내고/자식은 어둠을 비춘다」(「가족」전문).<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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