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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처방의 허실(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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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처방의 허실(社說)

입력
1998.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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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위기 대처에 실패를 자인(自認)했다는 것은 새삼 놀랄 일이 아니다. 현실을 감안 못한 IMF처방은 인도네시아에서 이미 수하르토정권의 붕괴를 불렀다. 인위적 고금리와 재정긴축이란 잘못된 처방이 기업의 대량도산과 실업급증으로 이어지고 우리경제가 회생의 잠재력마저 뿌리째 잘리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처음부터 높았고, 이 처방은 잘못된 현실 진단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IMF도 지난 7월의 3·4분기 정책협의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당초의 처방을 사실상 철회했다.그러나 이제 와서 IMF를 탓하기에는 우리 현실이 너무 급박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IMF처방에 대한 우리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없었던가는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산업계와 일부 국내학계는 물론 영향력있는 외국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들까지 한결같이 비판의 대열에 서 있었는데도 우리의 정책당국만은 IMF를 맹신했다.

고금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스스로 사업을 매각하는등 부채를 줄이려는 구조개혁을 하지 않는다고 고집했다. 결과는 고금리가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약효를 발휘하기도 전에 이미 들어왔던 외국자본까지 기업도산을 우려해 빠져나감으로써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동요하는 사태만 빚어졌다.

한국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처럼 경상적자가 만성화해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멕시코와 같이 재정적자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위기의 주된 원인은 오히려 민간기업의 부채의존 경영, 그것도 과도한 단기자본 의존에 있었다. IMF가 최근 발표한 이사회 연례보고서는 구제금융 수혜국의 금융정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채 무리하게 초긴축 재정과 금융개혁만을 고집, 실물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표현으로 실수를 공식 시인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IMF에 우리의 현실과 상황을 제대로 인식시켜 다시는 이런 오진(誤診)에 따른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이란 수술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보강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환자가 이를 견딜 수 있는 기초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 때의 얘기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데다 풀린 돈마저 돌지 않는 금융경색이 장기화하면서 경제는 질식상태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겉도는 정책을 다잡아 꺼져가는 경제 활력의 불씨를 되살려 나가는 노력만이라도 실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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