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로 와 보셨습니까?』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부터 이화동사거리까지 1.1㎞ 대학로. 옛 서울대 문리대가 있었다고 이름붙었다. 이 곳에 자리잡은 문예회관은 「문화의 거리」를 가꾸는 초석이 됐지만 어느덧 그 주변은 구경꾼들의 환호를 즐기며 연예계진출의 꿈을 키우는 10대 댄서들에 의해 점령됐었다.
그런데 지금 그 곳에 야외카페가 들어서 특급호텔의 식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연극인카페」라 이름붙은 이 카페는 연극인과 동행하면 2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운 좋으면 밤10시쯤 누군가 선심쓰며 돌리는 맥주도 얻어 마실 수 있다.
그러면 시끄러운 청소년 엔터테이너들은? 그들은 600석 규모로 새 단장한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로 진출했다. 한때 쿵쾅거리는 음악이 연극을 공연중인 문예회관에까지 흘러 들어와 『쟤네는 공부 안하고 뭐하는 거야』라는 못마땅한 시선이 쏠리기도 했지만 연극협회는 그들을 배제하기보다 「양성화」의 길을 택했다. 덕분에 대학로는 정리된 동시에 활력이 넘치게 됐다.
지난 달 31일 개막식을 열어 10월15일까지 계속되고 있는 서울국제연극제가 이러한 축제분위기의 원천이다. 연극제를 주최하는 연극협회는 올해로 경연제를 마감하고 내년부터 페스티벌형식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절충적 행사를 선보였다. 해질녘 야외나 카페에서 열리는 공연도 선을 보이고 있다.
마을에 경사가 있을 때면 마당에 질펀하게 둘러앉아 불청객도 굳이 내치지 않던 우리네 공동체문화는 도시생활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었다.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자기들끼리만 외치고 즐기고 주장하는 것은 진정 다양한 사회는 아니다. 다원화사회는 열린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 익숙해져야 이루어질 수 있다. 서울 대학로가 열린 문화, 마당문화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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