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 불겠군” 학부모들 긴 한숨/“내신비중 커지는데…”/“잡부금 강요” 반발 거세/교사도 ‘모금앞장’ 난감오늘부터 일선 학교에서 기부금품 모집이 사실상 완전 허용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측의 잡부금 강요를 합법화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15일부터 「학교발전기금의 조성·운영 및 회계관리에 관한 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된 초·중·고교에서 적극적인 모금행위가 가능하다고 14일 밝혔다.
규칙에 따르면 학운위가 학부모들로부터 「자발적」인 금품을 갹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학부모 이외의 인사나 단체로부터도 금품을 모아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우편·통신외에 모금함 설치, 바자, 전시회, 위탁판매 등을 통해서도 모금조성이 가능하며, 기금은 학생복지와 자치활동지원, 교육용기자재와 도서구입, 학교교육시설 보수 및 확충 등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상당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고교장추천입학제」의 확대와 「수시입학제도」 도입 등 내신성적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 학부모들은 치맛바람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아들이 D과학고에 재학중인 김모(45·여)씨는 『학교일에 대한 학부모의 적극성이 학생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지금도 금전적 지출이 만만치 않은데 얼마나 돈이 더 들지 걱정』이라고 착잡해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최모(43·여)씨도 『기탁자가 원하면 명단공개도 가능해 과시욕에 따른 경쟁도 우려된다』며 『더구나 모든 모금방법이 허용된 이상 학교별, 학급별, 또는 학부모별 과열경쟁은 뻔한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저소득층 학부모들은 더욱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박모(38)씨는 『경제난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학부모들』이라며 『학교재정이 어렵다고 이를 학부모한테 전가하겠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선교사들도 껄끄러운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서울K고의 한 교사는 『단속은 한다지만 일단 학교측이 모금계획이나 행사계획 등을 마련하면 학생, 학부모와 대면하는 교사들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자칫 교사들이 세일즈맨화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회장 김귀식·金貴植)은 『학부모에 대한 기부금품 모집이 합법화함으로써 일부 학생간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행위가 공공연해질 것』이라며 『학부모와 학교간의 정상적인 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고 장종택(張宗澤·63) 교장은 『학교발전기금모금 허용은 학교측엔 일단 반가운 소식』이라며 『그러나 학교측의 무리한 모금활동 현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충재·이주훈 기자>이충재·이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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