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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와 유대인’ 그 역사청산방식/金文煥 서울대 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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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와 유대인’ 그 역사청산방식/金文煥 서울대 미학과 교수

입력
1998.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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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공식방문하는 로만 헤어초크 독일 대통령이 16일 한국계 음악가들로 구성된 음악회를 꾸며 손님들을 초대한다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헤어초크 대통령은 지난 7∼11일 「바그너와 유대인」이라는 심포지엄을 주관하기도 했는데, 이 모임은 건국 50주년을 맞은 이스라엘과 독일의 상호관계를 조명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었다.심포지엄에 참가한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학자들은 닷새동안 리하르트 바그너와 반유대주의라는 주제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사울 프리들랜더 교수는 첫 주제발표에서 바그너를 「제3제국의 문화인물」로 규정했고 이 대학 딘쉬타인 총장은 바그너의 음악이 이스라엘 건국이래 지금까지 「금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사실 이스라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오늘날까지도 바그너를 연주한 적이 없다.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 야샤 하이페츠가 바그너를 연주하려다가 팔이 부러질 뻔 했고 주빈 메타는 종신 지휘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뻔 했다. 국립 라디오방송과 국립 텔레비전은 바그너를 방송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바그너의 음반과 서적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그의 전기가 히브리어로 출판되는가 하면 유선방송에서는 바그너 오페라가 방영되고 있다.

바그너와 유대인의 관계는 너무나도 복합적이고 다층적이어서 다양한 학문적 접근이 불가피하다해도 리하르트 바그너 재단이 이와 같은 학문적 대화의 초청자로 참가한 것은 과히 획기적이다. 왜냐하면 재단은 과거 그같은 물음(바그너의 음악이 반유대적이라는 논란)에 개입하는 것을 피해왔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서로간에 투명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명백해져야 할 사항들을 분명하게 밝히는 일에 이 심포지엄이 공헌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는 바이에른 문화장관의 희망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 심포지엄은 한일관계에 과거청산이 필요하다면 그 수순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곧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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