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자금 1조중 400억∼500억만 대출/RP매입·투신예금 등 고수익상품 운용/금리인하 외면… 경기부양 失機우려도은행이 자금흐름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예금)해 값비싸게 운용(대출), 폭리를 취하더니 이젠 중앙은행이 중소기업대출을 위해 초저금리로 빌려준 돈을 그냥 쌓아둔 채 하루하루 단기자금으로 굴리고 있다. 출자, 부실채권매입, 후순위채매입등 수십조원의 국민세금과 발권력등 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은행은 그저 돈을 빨아들이기만 할 뿐 실물분야에 전혀 내놓지 않으면서 폭리만 취하고 있다.
■은행금고에 쌓여있는 한국은행 저리자금
한은은 1일부로 중소기업 상업어음할인이나 무역금융을 위한 총액대출(재할인)한도를 2조원 늘리면서 은행권에 1조800억원(8월 배정액 5조1,681억원→9월 6조2,481억원)을 우선 내보냈다. 금리도 연 5%에서 3%로 낮췄다.
그러나 이달 1∼10일중 은행들이 상업어음할인이나 무역금융에 실제 대출해준 금액은 고작 1,511억원. 무역금융은 1,952억원 늘었지만 상업어음할인은 441억원이 줄었다. 은행들은 이달들어 상업어음금리를 연 12%까지 낮췄다고 대대적 선전을 하고 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신규대출은 커녕 오히려 기존자금까지 회수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금액 1,511억원중 한은자금은 400억원정도 밖에 안된다. 은행들은 남은 한은자금 1조400억원을 환매채(RP)매입이나 투신사예금으로 굴리고 있다. 결국 기업에 대출하라고 한은은 연 3%로 돈을 줬더니 은행들은 대출은 않고 8(RP)∼12(투신)%로 운용하면서 편히 앉아서 금리차익만 남기는 셈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예대폭리
예금금리는 1년 정기예금기준으로 연 10%선. 대출금리는 평균 15%선이나 중소기업은 17∼18%를 웃돌고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 『지난해말∼연초 연 20%안팎의 고금리예금을 받아놨기 때문에 이들 예금만기가 끝날때 까지는 대출금리를 낮출수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대부분 예금은 3∼6개월 짜리가 주종이었다. 고금리 상황에서 받은 예금은 이미 대부분 만기가 경과했고 따라서 고금리 예금 때문에 대출금리를 낮추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솔직히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는 것은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지 조달금리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연 12∼13%이상 대출금리를 받는 것은 명백한 폭리로 보인다.
■은행에 공적자금 왜 투입하나
은행경영정상화를 위해 50조원의 국민세금이 투입된다. 수조원의 발권력도 동원된다. 이처럼 막대한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이유는 은행이 아무리 상업기관이라해도 공적기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국민부담으로 목숨을 연명한 은행이 고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대출창구를 폐쇄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정부의 금리인하정책강도 역시 최근 주춤해지고 있어 자칫 경기부양 자체가 실기(失機)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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