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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통령/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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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통령/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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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의 2층 객석으로 올라가는 중앙계단은 늘 폐쇄돼 있다. 흰 천으로 덮인 계단 위에는 큰 문짝이 굳게 닫힌 VIP룸이 있다. 대통령이나 총리, 서울시장을 위한 특별석이지만 이 문이 열리는 일은 거의 없다. 그들이오는 것은 광복절 개천절등 국경일 기념행사가 있을 때이며 오더라도 무대 위에 앉는다. 오지도 않는 높으신 분들을 위해 중앙계단은 쓸모없이 막혀 있고 일반관객들은 언제나 로비의 좌우 양 끝 계단으로 빙 돌아서 올라가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이 문 연지 올해로 20년째, 여전히 요지부동인 관료행정의 관객 푸대접사례다.높으신 분의 공연장행차는 많지도 않지만 가끔 운나쁜 사람에게 날벼락이 되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의 일이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 도중 천장의 전등필라멘트가 펑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이 일로 세종문화회관장이 대기발령을 받았다. 그뒤 한동안 대통령이 올 때마다 전등을 새것으로 바꿨다가 쓰던 것으로 다시 갈아 끼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공연장을 찾아 예술을 즐기는 풍경이 우리에게는 낯설다. 대부분 초청을 받아 인사치레로 잠깐 들렀다 가는 게 고작이다. 가끔 고위층 인사와 관련된 공연이 있을 때 눈도장을 찍으려는 이들로 뜻밖의 성황을 이루는 일은 있다. 올해초 현정권의 모 유력인사 딸이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독주회를 한 날,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화환이 문 앞에 놓였고 로비는 새 정부의 내로라 하는 인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5∼19일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하는 로만 헤어초크 독일대통령이 16일 신라호텔에서 음악회를 연다는 소식은 신선하게 들린다. 헤어초크 대통령은 한국의 서울바로크합주단, 독일 소녀피아니스트 카롤리네 피셔, 유럽의 금관앙상블 뉴아트색소폰4중주단을 초청해 정식 콘서트를 마련했다. 에드워드 히드 전 영국총리는 78년 서울에 왔을 때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대통령, 언제까지 남의 나라 일로만 부러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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