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르윈스키 보고서」가 공개된 11일(현지시간) 미국은 난리였다. 미 하원이 보고서 공개를 결정하고 인터넷에 전문(全文)을 띄워놓은 이날 오후 1시 하원과 의회도서관, 그리고 정부문서발행소의 웹사이트는 순식간에 접속불능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신문매체, CNN ABC MSNBC 등 방송매체, 아메리카온라인(AOL) 넷스케이프 등 인터넷 전문업체에서 잇달아 보고서를 다운받아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게재하면서 교통장애는 풀리기 시작했다.이로 인해 아주 짧은 시간에 르윈스키 보고서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CNN의 조사에 의하면 11일 하루동안 컴퓨터를 소유한 미국인의 39%가 이 보고서를 읽었다. 직장이나 도서관, 인터넷 카페 등은 물론이고 각 가정에서도 중고등학생들까지 인터넷에 매달렸다. 주요 TV방송들이 하루종일 클린턴 스캔들에 관한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사람들은 이를 외면했다. 「성적 접촉」, 기껏해야 「오럴 섹스」등 용어밖에 사용할 수 없는 「시시한」 방송 보다는 흥미진진한 원본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기성 언론매체를 완전히 압도한 것이다.
정보산업의 선진국답게 미국의 모든 관공서는 독자적인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모든 발표사항은 물론 언론브리핑 내용까지 알리고 있고 의회의 경우는 법안의 제안단계에서부터 표결까지의 내용과 과정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때문에 르윈스키 보고서를 공개키로 결정한 의회가 인터넷에 이를 띄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발상이었으나 막상 벌어진 결과에는 의원들조차 놀랐다.
종전 같으면 언론매체가 적절히 여과하고 충격을 완화해 전달했을텐데 이번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포르노 소설」을 직접 펼쳐보인 꼴이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시공(時空)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이버 매체의 위력이 정치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첫 케이스로 기록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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