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극한대결로 치달으면서 안게 된 핵심논란중 하나는 대선자금 문제다. 구여당의 국세청 불법모금 시비로 촉발된 이 문제는 여나 야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어떤 식으로든지 풀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매듭」이 돼 버렸다. 대선자금 문제는 항시 잠재적 폭발성을 지닌 사안이지만 그동안 여야 공방 자체가 정국혼란의 확대재생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여당은 이회창 한나라당총재가 국세청 모금사건의 「몸통」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야당은 이에대해 명예훼손혐의로 고발을 강구하는 등 사태가 옆길로 번지고 있다.여기서 몇가지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먼저 자기목소리 높이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여야의 태도다. 여권의 기본시각은 문제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국세청이 징세권을 유린한 악성부패사건이라는 것인데 반해 야당측은 전형적인 편파 보복사정으로 여권의 대선자금을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공박한다. 그러나 여야의 이같은 주장들은 서로 정반대의 측면을 무시하고 있다. 국세청의 불법모금이 국기문란행위임에는 틀림없으나 애당초 그 문제를 파고들면 대선자금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세청의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여권은 자신의 대선자금문제에 보다 진지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야당 역시 여권의 대선자금을 따지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사단이 된 국세청의 범죄행위 규명에 스스로 협조하면서 분리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검찰수사에따라 속속 구체화하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장외공세에 열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음으로 대선자금 문제가 집권측으로부터 먼저 제기되는 모양새는 다른 논란을 파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기업비자금 수사과정에서 포착돼 국세청 모금행각이 밝혀졌다는 여권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대선자금 공방으로 비화중인 마당에는 문제가 다르다. 여권의 설명이 사실이라 해도 대선자금은 그만큼 민감하고 부담스러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선거에서 이긴 쪽이 진 쪽의 선거자금을 추적하는 것으로 비치게 되고 이로인해 야기되는 부담은 여권이 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야당은 대선자금 조사를 위해 특검제를 주장하고 있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정조사를 수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상태다. 그의 국정조사 발언이 특검제를 거부하는 쪽에 비중이 있는 것인지, 여야의 조사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선자금 시비가 점점 발전하고 있는 형국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도 야당시절부터 안고 다닌 자신의 대선자금 논란에 대해 성실히 해명하겠다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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