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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코프의 러시아(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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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코프의 러시아(社說)

입력
1998.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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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두마(하원)가 예브게니 프리마코프를 총리로 인준함으로써 표류하던 러시아정국이 일단 안정을 되찾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프리마코프총리의 등장은 러시아내정은 물론 국제정치에 민감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우선 옐친시대가 사실상 마감됨으로써 시장경제를 지지해온 개혁파가 후퇴하고 대신 계획경제를 지지하는 공산당의 주가노프당수나 민족주의를 신봉하는 레베드 크라스노야르스크주지사등 보수파들이 득세하게 되었다. 의회보수파는 옐친의 체르노미르딘에 대한 총리인준 요청을 두번에 걸쳐 부결한 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프리마코프 총리지명을 인준했다. 공산당등 좌파가 그를 지지한 것은 러시아관료조직을 잘 알면서도 정치적 야망이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제 옐친이 과거의 권력을 되찾기에는 건강도 세력도 약화된 상태다. 따라서 프리마코프는 사실상 대통령의 권위를 갖는 총리로서 기존의 옐친궤도를 벗어나 보수파의 노선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타협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제정책의 틀을 밝히면서 정부규제와 간섭을 강화하는 계획경제 쪽으로의 방향선회를 선언했다. 이같은 방향선회는 구소련체제로의 복귀가 아니라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치 대공황때 루스벨트대통령이 취한 뉴딜정책과 같은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프리마코프의 대외정책 또한 서방의 관심사이다. 그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최고책임자에서 외무장관까지 지낸 정보·외교통이다. 그는 옛 소련처럼 서방과의 대립관계는 원치 않지만 미국중심의 일극(一極)체제엔 반대하고 있다. 중동이나 인도등 옛 소련의 동맹국들과의 관계증진을 원할 뿐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유럽확대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국제무대에서 강한 러시아의 면모를 찾겠다는 프리마코프의 기본노선은 미국등 서방의 외교정책 수행과정에서 만만찮은 짐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프리마코프 총리체제가 한국에 던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불과 몇달전 우리정부는 외교관 추방사태로 그와의 긴장관계를 경험했고 그의 대북외교노선 또한 우리 이익과 반드시 합치될 수만은 없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우리정부는 러시아정책을 새롭게 다듬어야 할것이다.

러시아의 실패는 정책의 실패라기 보다 체제의 실패다. 소비예트의 공산체제가 실패하고 붕괴된 뒤 채택한 미국식 시장경제는 소비에트유산을 뚫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제 프리마코프의 불안한 실험을 세계가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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