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문화(이하 언더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독립예술제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언더 문화는 이제 「지하」에서 「길」로 나서고 있는 단계이다. 장르도 확장되고 있고 문화 생산물의 「질」도 많이 성숙해지고 있다. 특히 언더음악계는 독자적인 음반제작사인 「독립 레이블」이 여럿 생기고 유통망 등 네트워크도 걸음마 수준이나 마련되고 있어 보다 발전적 국면이 기대된다.그러나 아직도 제도권문화는 언더문화에 대해 매우 억압적이다. 「클럽합법화」논의를 봐도 그렇다. 클럽합법화 논의는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클럽이 「불법」이라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연장이나 「나이트 클럽」같은 곳에서만 공연이 허락된다. 그런 허가를 받지 않은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동안 제도권에서는 「퇴폐영업」을 할 우려 때문에 청소년 보호차원에서 허가를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퇴폐영업은 오히려 허가를 받은 업소들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클럽이 합법화해도 퇴폐영업을 하는 업소에 대한 규제와 단속은 여전히 있을 것이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 사실상 퇴폐영업을 할 가능성이 거의 전무한 현재의 클럽이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은 제도권이 비제도권 문화의 유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거나 상대적으로 어떤 세력을 비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밖에는 안된다.
클럽이 합법화한 이후에도 문제는 있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자본이 클럽 쪽으로 유입될 것이다. 한편으로 클럽에 서는 밴드에게 돌아가는 돈도 많아질 수 있고 공연장 여건도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돈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클럽을 망칠 수도 있다. 돈으로 밀고 들어와 클럽을 그냥 「제도권 문화」의 한 담당자 정도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다. 이는 클럽의 와해나 마찬가지이다.
제도권에서 뭔가 도와주고 싶으면 오히려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합법이어야 할 것을 가지고 합법이냐 불법이냐 씨름하다가 「합법」이라고 풀어만 주면 끝나는 게 아니다.
언더문화의 자생성과 건전함을 존중하고 그러한 점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느냐, 아니면 그 생산성을 흐지부지 흐려놓아 결국 제도권문화로 편입시키려 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언더문화는 소규모 네트워크의 문화이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언더문화 진영에는 밤을 새고 혼자 컴퓨터를 두드리는 사람, 디자인을 하는 사람, 남들과는 다른 개성을 지니고 색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포함된다.
겉모양이 좀 다르다고 거부감을 갖는 것인가. 아니면 제도권 문화를 와해시킬까봐 겁을 집어먹는 것인가. 독립레이블들을 벤처기업으로 등록시켜 육성해야할 마당에 제도권이 꽉 닫힌 편협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이다.
그래가지고는 앞으로의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언더문화 같은 비제도권 문화가 피드백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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