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8월5일 사망한 일본 혼다자동차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의 장례식에는 가족들만 참석했다. 생전에 그가 남긴 유언때문이다. 그는 『평생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조문객들이 타고 오는 자동차로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 또 자식을 포함한 친인척을 절대 회사에 들여놓지 않았다. 『회사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철학때문 이었다.얼마전 일본 산토리위스키가 경영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예술가와 교수 등 문화인들이 산토리 위스키와 맥주를 더 많이 먹자는 운동을 벌였다. 패전직후 어려웠을 때 이 회사는 외국 유명 교향악단이나 문화단체를 초청, 가난한 문화인들의 「허기」를 달래줬다. 여기에 대한 보답이었다.
재벌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최종현(崔鍾賢) SK 회장의 화장유언 등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재벌들의 최근 일련의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구조조정으로 우선 당장 피해를 보는 층은 종업원이고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가는데도, 눈앞의 자기이익만을 좇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간 실기(失機)해 더 큰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생기고 있다.
『기업가에게 애국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기업가는 돈을 버는 사람이다. 돈을 벌다보면 결과적으로 애국이 될지 몰라도 처음부터 애국적이어서 일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재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초래한 책임이 재벌에도 분명히 있고, 그것은 「애국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만 보고 달렸던 결과였다.
미국의 록펠러나 카네기 정도는 안된다하더라고, 지금 한국의 기업가라면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회에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가를 한번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최회장의 유언으로 화장의 필요성이 다시한번 제기되듯, 기업가들의 행동은 작은 것일지라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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