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역술인이 보험금을 노려 초등학생인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고 강도극을 꾸민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어 몇번씩 정말이냐고 되묻게 되지만, 본인이 사실이라고 말하니 믿을 수 밖에 없다.「약명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이 남자는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워 월 3만5,100원씩 넣는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손가락 두마디가 잘리는 상해를 입으면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아들을 설득해 예행연습까지 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지병이 있다지만 몸져 누은 것도 아닌 멀쩡한 아버지가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것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정신상태라 보기 어렵다. 3년전 이혼한 그는 살림을 전혀 돌보지 않아 아들은 아침 저녁을 굶고 점심은 학교급식으로 때워왔다고 한다. 생활보호대상자여서 매월 20만원씩 보조금도 받고 있으니 취로사업장에라도 나가 일하면 그런대로 먹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자른 손가락을 즉시 내놓았다면 봉합수술을 해 불구가 되는 것은 면했을텐데, 상해정도를 높이려고 내버렸다니 더욱 어이가 없다. 아들을 희생시켜 돈을 벌어보려 한 행위 자체가 제 자식을 보호하려고 기를 쓰는 미물만도 못한 것이니 아버지라 할 수도 없겠다.
우리가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어린이 손가락까지 잘라갔다는 강도의 흉악성에 분노한 사람들이 피해어린이 돕기운동을 펼치고, 엉뚱한 청소년들이 용의자로 쫓기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범행을 숨기려 한 파렴치성이다. 그런 아버지를 감싸려고 끝까지 입을 다물었던 어린 아들의 마음씨는 모든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지난 7월 울산에서 일어난 농약 요구르트 사건도 보상금을 노린 아버지의 범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화점에서 샀다는 요구르트를 먹은 초등학생이 숨지자 아버지는 백화점을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다 수사의 초점이 자신에게로 맞춰지자 행방을 감추어 지명수배됐다. 3월에는 「어머니의 난소종양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죽음을 택한다」는 유서를 써놓고 자살극을 벌이려던 중학생이 사회의 동정을 노린 어머니의 사주극이었다고 실토한 일이 있었다.
IMF체제의 고통 속에 돈을 얻기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새로운 범죄들이 늘고 있다. 아무리 생활고가 심하다지만 윤리의 파탄이 이 정도라면 다시 뛰어보려는 국민들도 맥이 빠지게 된다. 실직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재취업훈련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극도의 경제난에 따른 정신적 파탄현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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