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되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되는 말이 있다. 우리의 일상사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말」이 의도적이든, 실수든 튀어 나올 때 문제가 생긴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정정국이 장기화하자 여야가 이성을 잃은 탓일까, 아니면 가을 같지 않은 여름날씨 탓일까. 해서는 안될 말들이 가뜩이나 혼란스런 정치판을 더욱 어지럽힌다. 정치가 이처럼 막가는 형국일 때 남는 것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뿐이다.십수년전의 일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안의섭화백이 한국일보에 연재하던 유명한 시사만화 「두꺼비」를 통해 5공 군사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었다. 당시 문제된 풍자만화는 안화백이 레이건 미국대통령을 빗대 「각하 오래오래 사십시오」하는 내용이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격으로 군사정권은 이를 역으로 몰았다. 「각하 더러 일찍 죽으라는 것 아니냐」로 비약했고 안기부는 안화백을 불법연행, 예순이 훨씬 넘은 그를 거칠게 다루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화백이 당했던 고초는 군사독재정권 아래서나 가능했던 한편의 블랙코미디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서 아무말이나 막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크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되 상대를 가슴아프게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나름대로의 격이나 품위를 지녀야 한다.
11일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회의에서 나온 몇몇 발언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조크라는 해명이 무색한 저질성이다. 일부 의원은 김대통령을 빗대 「사정(司正) 사정(?)하다가 혹시 내년에 변고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발언의 장본인이 조크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봐 「사정(司正)」을 「사정(射精)」쯤으로 의도했다고 치자. 국가원수에 대해 「변고」 운운은 해도 너무했다. 다음 선거에서 이런 막가는 사람들을 퇴출시키는 일이야말로 유권자들의 책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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