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당초 2002학년도 무시험전형제 실시방침을 밝힌 이후 많은 학부모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개혁안의 기본 원칙을 사교육비 절감과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에 두겠다는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이다.입시경쟁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어온 학부모들에게 이는 「복음」이나 다름없었다. 서울대 입시제도가 우리나라 대학입시를 좌우해온 현실에 비추어 이같은 전향적인 방침은 다른 대학에 곧바로 파급효과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망국적인 입시지옥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많았다.
그러나 11일 공청회에서 발표된 서울대 입학전형제도 개선안을 보면 이런 기대감이 성급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신입생의 거의 대다수를 뽑게될 고교장추천제에서 과거 3∼5년간 고교별 서울대 평균 합격인원의 3배수 이내에서 추천을 받는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고교간 격차를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하면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학교에는 추천장을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학교는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외쳐온 무시험전형 원칙과 배치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게 대다수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적위주의 입시풍토를 바꿔보겠다며 마련한 무시험전형제가 오히려 성적을 기초로 한 자료를 근거로 지원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대를 많이 보낸 고교에 진학하기위해 중학때부터 갖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골간을 흔들 수도 있다.
서울대는 이 개혁안의 서두에 「뛰어난 연구능력을 갖춘 학문의 대학」 「고등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는 민족의 대학」 「새로운 세기를 선도하는 세계의 대학」을 거창하게 명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전히 사소한 기득권에 집착하는 「국내 명문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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