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m 불기둥속 고막찢는 폭음 3시간 ‘공포’/가스안전公 점검 30여분뒤에 어이없는 참사/1,000여명 긴급 대피… 소방관 18명등 53명 부상11일 낮 경기 부천시 LP가스충전소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 3시간 가까이 연쇄폭발이 이어지면서 주변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폭발로 소방관 18명을 포함, 53명이 화상을 입었으며 충전소와 인근 공장 등 건물 12개가 전·반소되고 차량 수십대가 파손돼 22억8,800여만원의 재산피해(소방서추정)를 냈다. 또 경인고속도로가 전면 통제돼 오후내내 경인지역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이번 폭발사고는 어처구니없게도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안전점검 뒤 불과 30여분만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폭발 순간
이날 오후 2시12분께 경인고속도로 부천인터체인지에 인접한 부천시 내동 70의2 대성에너지직영 LP가스충전소(대표 유삼진·柳三眞)에서 첫 폭발이 일어나면서 충전소 야적장에 쌓여있던 13∼20㎏짜리 가스통 600여개가 잇따라 폭발했다.
연쇄폭발이 이어지면서 불길이 200m이상 치솟았으며 검은 연기가 주변 하늘을 완전히 뒤덮었다. 특히 현장에 세워져있던 15톤짜리 가스탱크로리차량 2대에 불길이 번지면서 폭발, 파편이 40여m나 떨어진 건너편 근린공원까지 날아갔다.
■진화
사고직후 서울, 부천,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소방서에서 펌프차 화학차 등 90여대의 진화차량, 소방헬기 등과 700여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됐으나 가스통의 연쇄폭발과 유독가스 등으로 현장접근에 애를 먹었다. 경찰은 인근 공장직원과 주민 1,000여명을 긴급대피시키고 반경 1㎞이내의 도로를 통제했다. 큰 불길은 사고발생 2시간40분만인 오후 5시께 일단 잡혔으나 지하저장탱크에서 새나오는 가스를 태우는 불길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현장
폭발사고현장은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완전히 파괴된 충전소 지붕의 알루미늄 섀시는 엿가락처럼 녹아 휘어졌고 건너편 대성에너지 본사 3층건물을 비롯, 인접건물 대부분이 불에 타 폐허로 변했다. 또 반경 500여m 이내의 공장과 주택 유리창들도 폭발충격으로 대부분 깨져나갔다. 폭발한 가스통들이 수십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떨어져 있었고 검게 탄 가로수들 사이로 휴지조각처럼 찌그러지고 타버린 차들이 곳곳에 나뒹굴었다.
■사고 원인
경찰은 사고직전 탱크로리차량이 지하탱크에 가스를 주입할 당시 「쉬익」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목격자들의 진술로 미루어 이 과정에서 노후한 주입구나 호스 등을 통해 가스가 새나와 인화한 것으로 보고있다. 처음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도 『탱크로리가 폭발하기전 주입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해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했다. 경찰은 충전소직원들 대부분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들이 초동조치를 소홀히 한채 현장을 이탈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경찰은 특히 이날 가스안전공사측이 현장점검을 마친 직후에 사고가 난 점을 중시, 해당 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을 소환 조사중이다.<부천=이범구·최윤필·김호섭·이주훈 기자>부천=이범구·최윤필·김호섭·이주훈>
◎튕겨나가고 다친후도 다시 불속으로/부천중부소방서 몸안돌본 사투 더 큰 피해 막아
『「꽝」소리와 함께 몸이 10여m나 날아갔어요. 정신을 차린 뒤 덜 다친 대원들과 함께 다시 불바다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날 폭발사고가 그래도 큰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된 것은 부천중부소방서 정병재(鄭丙宰·45) 서장 등 소방관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진화작업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단일 화재사고로는 드물게 소방관이 18명이나 부상했다.
정서장이 대원 50여명을 이끌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신고접수 5분여뒤인 오후 2시17분. 내동소방파출소 대원 5명이 이미 도착,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었으나 야적된 600여개의 가스통이 불길에 휩싸여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정서장은 화학차와 살수차량 등 10여대를 배치하고 본격 진화작업에 들어갔다.
2분여 뒤 방열복안까지 스며드는 화기(火氣)에 후퇴하려는 순간, 충전용 15톤 탱크로리 2대가 동시에 폭발했다. 대원들이 한꺼번에 도로밖으로 나가 떨어지면서 충전소 앞 6차선 도로는 순식간에 지옥같은 불바다로 변했다.
정서장은 중화상을 입은 대원들의 후송을 지시한 뒤 전열을 재정비, 소방차량을 방패삼아 필사적으로 불길을 잡았다. 불길이 자칫 도로를 건너면 상가와 주택가까지 덮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10여분 뒤. 북쪽으로부터 사이렌소리가 들렸다. 김포공항소방대를 시작으로 인천, 광명 등지의 지원부대가 속속 투입되면서 비로소 불길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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