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쫓겨 시행 서둘기보다 약품 오남용 방지장치 등 국민피해 막을 대비책부터지금 의료계와 약업계는 의약분업제도 시행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되어 있다. 지난 몇 해동안 간간이 별 소득없는 논의만 되풀이 해 오다가, 갑자기 내년 7월1일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한다고 정부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의약품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위해 의약분업은 시행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의 극심한 의약품 남·오용 현상이 대부분 의약품을 아무나 손쉽게 구할 수있는 자유판매제도 때문임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국민 누구나가(심지어 초등학교 어린이들까지도) 마음만 먹으면 무슨 약이건 마음대로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약사가 의사처럼 진료행위를 하는데도, 약국 의료보험이라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를 통해 국가에서 오히려 이를 보장해 주고 있으니 의약품이 남·오용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약국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할 때 정부는 약사가 의사의 처방없이 약을 지어주는 것은 관행이기 때문에, 모순인 줄은 알지만 의약분업 시행 전까지 당분간 허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한시적 운영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관행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약품 부작용의 피해를 입었는지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스테로이드제가 살찌는 약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이뇨제를 살 빠지는 약으로 잘못알고 사용한 여대생과 수영선수가 목숨을 잃기도 했고, 감기약이 환각제로 오용되어 청소년 범죄를 조장하는데도 계속 의약품 자유판매를 방치해왔으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시행하겠다는 의약분업의 기본 틀 속에는 남·오용을 막을 수있는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 분업을 한다면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통해 약을 구입할 수있게 해야 할 터인데 의사의 처방없이 지금처럼 마음대로 살 수있는 약이 너무나 많아서 하나마나한 의약분업이 되고 말 것 같다. 이럴 바에야 무엇 때문에 의약분업을 하는가.
남·오용으로 인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의약품은 절대로 자유판매를 할 수없도록 하고, 특히 항생제 스테로이드제제 향정신성의약품 습관성의약품 등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약품은 비록 그 함량이 적더라도 의사의 처방없이는 팔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아와 노약자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비롯하여, 약화(藥禍)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으므로 절대로 우물우물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의약분업 시행시기도 충분한 준비과정과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과거 약사와 한의사간의 분쟁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그 때 급조한 개정 약사법 부칙의 시한에 쫓기어 허둥지둥 시행을 서두르고 있어 문제가 되고있다.
의약분업을 시행할 경우 의사의 처방전료와 약사의 조제료 등 필연적으로 따르는 추가 재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의료보험 재정이 계속 압박을 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막대한 추가부담을 떠맡게 될 국민에게 이 문제를 먼저 물어보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의약분업이라는 이상을 좇다가 의약품 남·오용을 막기는 커녕 오히려 국민에게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철저한 대비책을 촉구하며 아울러 국민 모두의 관심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