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할머니 90세 남편에 이혼訴/법원 화해·해로하시죠 기각결정

칠순 할머니가 30억원이 넘는 재산을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며 90세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 대해 법원이 기각결정을 내렸다.서울 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김선중·金善中 부장판사)는 11일 A(70)씨가 남편 B(90)씨를 상대로 낸 이혼과 20억원대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남편 B씨가 아내와 한마디 상의 없이 K대학에 30여억원의 장학금을 기탁, 아내 A씨가 섭섭함을 느낀 점은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남편이 노후생활비조로 10억원을 남겨놓은데다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만큼 화해하고 해로하길 바란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이들 부부의 이혼송사는 이번이 두번째. 갈등은 57년 결혼 직후 시작됐다. A씨는 한국전쟁때 단신 월남, 사채업을 하던 남편 B씨와 결혼했지만 가부장적인 남편 B씨는 무조건적인 순종을 강요했다. 참다 못한 A씨는 95년 이혼소송을 냈으나 법정공방 끝에 화해, 재결합했다.

A씨가 두번째로 이혼소송을 낸 것은 지난해 5월 남편 B씨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30여억원을 대학장학금으로 기탁했기 때문. 그러나 재판부는 칠순 아내의 섭섭함보다는 장학금 기부라는 90세 남편의 큰 뜻에 손을 들어줬다.<박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