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개혁작업이 해당 기관의 반발에 부딪쳐 원칙마저 흔들리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강도 높은 사회전반의 개혁요구를 앞장서서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부문이 관련 부처는 물론 노조와 경영진까지 한통속이 되어 자신들의 「철밥통」만은 지켜야겠다고 나서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조차 자제시킬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민간과 금융부문에 개혁을 강요하고 IMF체제 극복과 경제살리기를 실천해 나갈 수 있겠는가.기획예산위원회가 최근 18개 정부부처 산하 출연·위탁기관 133개로부터 경영혁신 세부추진계획을 제출받은 바에 의하면 한국마사회 한국문화진흥등 8개 기관은 인력감축, 사업구조개편, 경비절감 등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친 정부 개혁지침을 따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마사회는 사업이익률을 6%로 높이고 순익의 사회환원비율을 50%에서 80%로 높이라는 지침에 대해 사회환원비율 확대는 아예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경마가 갖는 사행성, 투기성등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존립의 타당성을 갖는 이유는 수익금을 축산진흥과 농어민 자녀지원등의 사회환원을 통해 공익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금이 쌓여 즉시 투자재원으로 활용가능한 돈이 3,000억원에 이르는데도 사회환원보다는 개당 2,000억원이 소요되는 지방경마장 건설에 쓰겠다니 설득력이 없다. 제주 경마장의 경우 450억원을 투자하여 개장 7년이 지났지만 누적 영업결손이 465억원에 이르는 데도 말이다.
여타기관도 한결같이 상근임원을 줄이고 인력을 절감하는 노력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사정위원회의 의견을 수용, 이미 한전등 10개 핵심 공기업의 인력조정시기를 「개별사업장의 특성」 때문이란 이유를 달아서 1년이나 늦춤으로써 정부 공기업개혁 의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는 터이다. 출연·위탁기관까지 이렇게 노골적인 반발을 하는 것은 정부 개혁의지에 허점이 노출됐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방만한 부실경영의 대명사가 되고있는 공기업의 경영혁신 없이 효율과 경쟁력을 추구하는 경제전반의 구조혁신은 불가능하다. 저항과 반발에 쉽게 타협한다면 결국 부실경영에 따른 손실을 국민의 혈세로 메우고 공공요금인상으로 뒤집어 씌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개혁이 화려한 구호나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실천의지가 관철돼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 주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