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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야당 총재 회견(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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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야당 총재 회견(社說)

입력
1998.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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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극한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는 실종된지 오래이고 대신 「죽기 살기」식의 쟁투만 남았다. 여권의 사정압박은 오늘도 야권을 옥죄고, 이에 맞선 야당의 생존투쟁은 이성을 잃었다. 오늘부터 회기를 시작하는 정기국회는 야당 불참으로 반쪽 국회가 되고 말았다. 『국회가 민주의 보루와 희망과 믿음의 등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우리 스스로의 자기혁신에 있다』는 의장의 개회사가 공허하다.우리는 현재와 같은 대치정국의 책임이 정치권 전체에 있으므로 여야 지도부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도록 권유한 바 있다. 특히 정국주도 책임이 큰 여권이 사정과 정치를 엄격히 구분,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여야의 오기싸움이 대세를 그르치고 있다. 국민이 안중에도 없는 이같은 파쟁은 정치를 혐오대상으로 만들 뿐이다.

10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기자회견은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총재는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총재는 『모든 여당프리미엄을 포기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한나라당의 압력을 받아 선거자금을 불법모금했다고 믿을 국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는 이총재의 그 말을 믿어줄 국민이 과연 있겠느냐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전직 안기부장이 대통령선거기간에 「북풍」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고, 안기부원이 공기업을 찾아가 당시 여당을 위한 선거자금을 강제로 거둬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전 국세청장은 징세권을 악용, 당시 여당을 위해 불법모금한 혐의로 구속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총재는 이 모든 사건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인지, 그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 불법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전 국세청차장은 왜 해외로 도피했는지도 의문이다. 이총재는 이 모든 의혹을 접어둔채 야당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하면서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곤경에 처한 야당이 그래도 의지할 곳은 여론이다. 하지만 이총재의 기자회견은 여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 잘못된 일은 솔직하게 사과한 다음에 여권의 편파성을 따져야 한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자신을 돕기위해 안기부장이「북풍」 조작에 관여하고, 국세청장이 불법모금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 덮어놓고 야당파괴공작이라고 몰아붙여 국민의 이해를 구할수는 없는 일이다. 야당총재가 된 후 첫 시련에 봉착한 이회창씨의 대응에 유감과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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