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미화해 쾌락주의와 영합하고/알몸으로 쏟아붓는 성의 언어들을 통해/관객의 도덕적 이탈심리를 노린다가을 문턱에서 한국영화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배우의 벗은 몸으로, 벗은 몸보다 더 적나라한 성의 언어들을 펼친다. 영화는 그를 통해 사랑의 실체나 가치, 여성에게 있어 성의 의미를 묻는다고 하지만 남성들의 관음증과 쾌락주의에 영합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내용보다 「심혜진 이미숙 강수연이 벗었다」는 사실을 앞세우는 것만 봐도 그렇다. 주로 불륜으로 관객들의 도덕적 이탈심리를 노린다. 남녀의 정사를 자주, 질펀하게 보여주되 미학적 영상으로 포장해 단순한 포르노그라피가 아닌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12일 먼저 개봉하는 「실락원」(감독 장길수)에서부터 그런 모습은 발견된다. 관객들이 충분히 예상할수 있는 시점에서 어김없이 50대 유부남 지우(이영하)와 30대 유부녀 은교(심혜진)의 불륜의 현장을 공개한다. 남편의 철저한 이기주의와 무관심으로 절망할 때, 아버지의 죽음으로 검은 상복을 입고 슬퍼하는 여자를 만날 때 여자와 남자는 정사를 벌인다. 나름대로 그것이 단순한 육체적 쾌락의 탐닉이 아니라는 근거는 두었다. 언론사 출판부장인 지우는 사회에서 밀려나고 주변의 죽음들을 목격하며 허무에 빠졌고 의사를 남편으로 둔 화가 은교는 여자로서, 아내로서 삶을 갖지 못한다.
때문에 두사람의 섹스는 처절하며, 여자에게는 처음 느껴보는 육체적 희열이기도 하다. 여자는 끝없이 그 느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돌아갈 곳 없는 두 사람은 벌거벗은 채 독약을 나눠 마시고 죽는다. 일본 와타나베 준이치(渡邊淳一)의 소설에 나오는 성에 관한 노골적이고 은밀한 대화까지 그대로 옮겼다. 그러면서 두사람이 그럴수 밖에 없었던 사적이고 사회적인 이유를 집요하게 묘사한 부분은 소홀했다. 먼저 만들어진 모리타 요시미쓰(森田芳光)의 영화처럼 탐미주의로 포장하지도 못했다. 60년대식 대사와 곰삭지 못하고 겉으로 연기하는 듯한 여주인공의 존재가 영화를 더 어색하게 만든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보는 듯한 영상구도를 반복함으로써 엿보기를 세련되게 표현하려 했을 뿐이다.
추석을 기다리고 있는 이재용 감독의 「정사」 역시 불륜 영화다. 유부녀(이미숙)가 동생의 약혼자(이정재)와 걷잡을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이미숙이 옷을 모두 벗었다. 「실락원」이 중년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 영화는 젊은층의 기호에 맞췄다. 그 전략으로 세련된 영상과 감정의 상징적 표현을 선택했다. 불륜을 가슴 아픈 사랑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강수연 주연의 「처녀들의 저녁식사」(감독 임상수)는 섹스에 관한 여성들의 대사가 벗은 몸만큼이나 대담하고 노골적이다. 목적은 여성의 성에 관한 정체성 탐구와 남성들의 편견타파.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드러날지.<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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