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이 필 무렵이다. 메밀꽃은 8월말에 피기 시작하여 9월10일쯤 절정을 이룬다. 메밀꽃은 강원 평창군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학사 위에도 향기롭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가산 이효석(1907∼1942)의 묘가 9일 밤 유족들에 의해 평창군에서 경기 파주시 실향민묘원으로 이장됐다. 가산의 묘가 메밀꽃이 피는 무렵에, 그것도 소설에서처럼 달밤에 옮겨졌다는 것은 운명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평창군 진부면에 있던 가산의 유택은 74년 영동고속도로 건설 때 인근 장평리로 옮겨졌으나, 다시 고속도로 4차선 확장공사로 인해 이장될 처지에 있었다. 가산의 장녀 나미씨는 『생전에 가족들이 가장 행복했던 평양시절이 떠올라 영혼이나마 평양을 지켜보실 수 있도록 임진강가의 묘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산문학선양회원 등 평창군 주민들은 유족들의 이장을 「도굴」이라면서 『강원도와 지역주민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분노하고 있다.
■평창군 봉평면은 가산의 생가가 있는 출생지이자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며, 유택이 있던 곳이다. 그곳에는 메밀밭과 소설 주인공인 장돌뱅이 허생원이 딱 한번 봉평서 제일 가는 미인 성서방네 처녀와 사랑을 나눴던 물레방앗간이 있다. 또 봉평면에는 가산을 기리는 흉상과 문학비, 문학공원이 있고 영동고속도로 태기산 휴게소에도 문학비가 세워져 있어 평창군 주민들의 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부 강원도 예술인들이 비판하고 있듯이 평창군이 가산의 유적관리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문학적 위상에 걸맞은 유택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두 번씩이나 이장하게 했고, 생가 구입에도 소극적이어서 가산문학관 건립문제가 겉돌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가산의 경우 뿐일까. 가산 묘 이장은 우리 문학현장의 보존문제를 상기시켜준 하나의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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