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한시즌 60개의 최다홈런을 친 베이브 루스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이자 우상이었다. 이 전설과 우상을 깬 사람이 61년 한시즌 61개의 홈런을 기록한 로저 매리스(뉴욕양키스) 선수다. 34년이나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깬 로저 매리스는 위대한 선수로서 칭송을 받아야 했지만, 불행히도 그 반대였다. 「영원한 우상」인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깬 파괴자라는 비난과 함께 기록을 깨면 죽이겠다는 협박이 뒤따르기도 했다.■오죽하면 그가 『만일 61개의 홈런을 치지 않았더라면 나에게 야구가 더욱 즐거운 것이었을텐데』하며 한탄을 했겠는가. 그가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깨자 메이저리그의 관계자들은 베이브 루스가 활약할 때 보다 게임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달성한 것이므로 이를 별도 기록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폄하하기까지 했다. 그는 은퇴 후 야구계와 인연을 끊고 살다가 85년 암으로 사망했는데, 그가 친 61개의 홈런이 공식기록으로 인정된 것은 그의 사후의 일이다.
■이처럼 로저 매리스가 베이브 루스의 홈런기록을 깨는데 거부반응을 보였던 미국 국민들은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란 백인선수가 9일 시카고 커브스와의 대전에서 4회 62개째 홈런을 쳐 로저 매리스가 가지고 있던 한시즌 홈런기록을 37년만에 경신하자 온통 축제분위기에 빠졌다.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는 등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맥과이어의 62번째 홈런볼은 100만달러를 호가하는 실정이다.
■로저 매리스가 활약하던 당시만 해도 야구는 백인들이 주인공들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메이저리그의 주인공은 행크 아론, 베리 본즈, 켄 그리피 주니어, 세실 필더, 세미 소사등 온통 흑인 강타자 일색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잊혀졌던 백인신화를 되살린 것이 바로 맥과이어이니 그럴만도 하지만 로저 매리스와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난다. 불운했던 로저 매리스가 이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영웅」도 때를 잘타고 나야 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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