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리는 정기국회가 개회식도 갖지 못한채 파행을 면치 못할 것같다. 정권이 바뀌고 처음인 이번 정기국회의 표류는 아직도 파행과 대립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권의 현주소를 다시 말해주는 것으로, 우려와 함께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정기국회가 해야 할 일들은 많고도 중요하다. 실업대책을 세워야 하고, 경제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입법활동을 해야 하며, 내년도 예산도 다뤄야 한다. 국정감사, 경제 방송청문회, 개혁입법 등도 연말까지 국회가 매듭지어야 할 일이다.우리는 새 정부출범이후 국회다운 국회 한번 열어보지 못했다. 이런 정치라면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여야의 극한대립이 의정의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을 여야지도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기국회가 열리지 못하는 작금의 정국경색은 정치비리 사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단적인 견해차를 보이는데다 감정과 의심, 피해의식 등이 얽혀 있는데에 그 원인이 있다. 이번 기회에 여야는 대립적인 부문과 서로 인정해야 할 대목을 차분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사태확산의 핵심인 국세청의 대선자금 모금 문제를 보더라도 검찰이 밝힌대로라면 이것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야당은 야당파괴라는 주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다. 국가기관의 불법행위까지 이와 연결시켜 호도하려 해서는 국민들의 이해를 얻지 못한다. 야당은 여기에 의원들의 개인비리까지 당차원에서 감싸려 하고 있으나 이 역시 합당치 못한 일이다.
여권의 정국운영 방식도 야당의 반발을 살만하다. 특히 최근의 흐름을 보면 여권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정국운영 주체가 누구인지를 놓고 논란이 생기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가 갑자기 정치전면에 나서거나 검찰수사에 간여하는 듯한 인상 등이 정국경색에 일조를 하고 있다. 야당을 계속 압박해 갈 경우 정국파탄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처할 복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
여야가 상황을 정리해 정국을 풀기위한 순리를 찾아내는 일이 시급하다.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당장 야당은 정기국회의 거부가 명분과 실리도 없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점을 알기 바란다. 대선자금이든, 야당파괴든 국회에 들어가 주장을 펴야 한다. 야당은 『여권이 야당을 정치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니 국회를 보이콧한다』고 주장하지만 의정을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어려울 수록 야당의 상대는 국민과 여론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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