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보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더 큰 위기는 도덕적 권위의 상실이다. 바로 이 도덕적 권위의 상실로 인하여 우리는 꼭 필요한 제도의 도입,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해나가는데 있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아무도 상대방의 정직성과 도덕성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심지어는 법의 적용 및 공권력의 행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근로자가 사업장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것은 분명 불법행위이나 당국은 이를 막지 못하고 정치적 중재를 통한 해결을 시도하여 불과 몇달 전 개정한 노동법은 있으나마나한 결과를 가져왔다. 사용자들은 사용자대로 비자금형성, 탈법상속, 부실계열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으로 인한 원죄 때문에 회사가 죽어가는데도 유휴인력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그 결과 부실은 확대되고 국민부담만 높이고 있다. 국세청에서 기업들에게 세금이 아닌 선거자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 나라 기업들이나 기업주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않고 영업을 해왔으며 국세청은 이를 묵인해 왔다는 반증이며 이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에 대한 수사가 편파사정의 시비를 낳고있는 것은 바로 여·야 할것없이 모두가 이러한 도덕적 불감증 속에서 정치와 선거를 해왔다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개혁과 대학입시제도 개편이 항상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바로 비슷한 이유에서다. 오늘날 우리 학교교육이 정상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획일적이며 학생들 개인의 잠재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교육으로 우리는 21세기의 선진국이 되는 데에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내신성적의 반영 등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좋은 제도의 도입도 우리에게 오면 족집게과외의 성행, 학부모가 자녀의 숙제를 대신해 주는 기형적 교육, 결국 학교 시험성적 등수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학교장추천 등으로 귀착되고 있다. 그 누구도 교사의 도덕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뿐아니라 교사나 학부모들은 새로운 제도를 어떻게든 이용하여 정의도 질서도 없는 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고 살 길을 찾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국가와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도전과 과제는 엄청나다. 경제적 상황만 위기가 아니다. 더욱 깊은 위기는 바로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와 질서를 확립해 나갈 수 없는 도덕적 권위의 상실이다. 경제위기 타결을 위한 경제개혁이야말로 항상 잃는 자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경제개혁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국민들이 납득하게끔 설명하고 철저히 이 원칙에 따라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새 정부는 제2의 건국을 국정목표로 걸고 있다. 만약 이것이 우리사회에 새로운 제도와 질서를 도입하여 투명하고 건실한 경제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새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중점을 두어야할 것은 바로 스스로의 도덕적 권위의 회복이며 또한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도덕적 불감증과 좌절감의 치유이다. 수뢰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인사들이 다시 국회에 진출하고 그들이 법을 만들며, 또한 그들이 만든 법을 그들 스스로 있으나 마나하게 만드는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경제위기보다 우리 국민에게 더 큰 좌절감을 주고 있다. 또한 정치인들 누구도 현재의 정치자금법을 지키면서 제대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고 국민들 누구도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합법적으로만 정치자금을 조달한다고 믿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사정은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원칙없는 정치사정, 원칙없는 구조조정은 결국 아무런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으며 국민들간의 반목과 이에 따른 상처만 깊게하고 우리에게 절실한 경제회생은 그만큼 요원한 일로 미루어지고 말 것이다.<경제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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