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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의 기준/홍희곤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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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의 기준/홍희곤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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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생각하는 「뇌물의 기준선」은 얼마쯤 될까. 한나라당의 고위당직을 맡고 있는 모 중진의원과,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같은 당 한 소장 의원의 이야기에는 이에대한 나름의 대답이 담겨 있다.먼저 남의 돈으로 정치를 해온 중진의원의 이야기. 『여기저기 도움을 받아 정치를 해야하는 입장에선 언제나 액수가 문제가 된다. 정해진 룰은 없지만,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 해도 500만원이 넘으면 부담이 생긴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의원이 동아건설로부터 2억원을 받았으나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검찰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말이나 하지말지』 그가 설정해 놓은 뇌물과 비(非)뇌물의 심리적 경계선인 「500만원」은 주는 측의 기준과는 어느 정도 일치할까.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꾸려오면서 평생 남에게 돈을 주어온 어느 소장 의원의 이야기. 『여기저기 주는 돈을 합하면 연간 10억원가량 된다. 대부분 「보험료」다. 따로 할 부탁이 있는 경우에는 300만원이상 준다. 굳이 따지자면 300만원이 넘으면 뇌물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보험료도 결국은 대가를 바라고 뿌려놓는 돈이다. 기업하는 사람이 아무 대가도 없이 수백만원씩 주는 일이란 대명천지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그는 그러면서 같은 당 백남치(白南治) 의원의 동아건설 관련 「해명」도 이해할 수없다고 했다. 『백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동아건설 최원석(崔元碩) 회장으로부터 명절과 후원회 때 조금씩 돈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느 멍청한 기업인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특정 정치인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거저 준다는 말이냐』

단돈 몇만원의 공돈만 받아 쥐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서민들에게 억단위의 「용돈」과 기백만원의 뇌물 기준선은 코미디일까, 정가괴담(怪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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