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상표들 가운데는 기업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며 상표자체가 제품전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자리잡은 장수브랜드가 적지 않다. 이들은 단순히 이름만 잘 지은 것이 아니라 우수한 품질이 뒷받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랜기간 우리나라 산업의 선두에 서왔고 지금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우리의 장수브랜드들을 살펴본다.◎동화약품 활명수/‘국내 최장수 의약품’ 기네스북에 올라
동화약품의 액제소화제인 「활명수」는 국내 최장수 의약품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활명수는 1897년 고종황제 시절 궁중선전관으로 있던 민병호선생이 당시 궁중에서만 복용하던 생약의 비방을 일반 국민에게 널리 보급하기 위해 서양의학을 접목시켜 개발한 국내최초의 양약이다. 이 제품은 달여먹는 한약밖에 몰랐던 당시 사람들에게 급체 주체 소화불량에 신통한 효력을 보이면서 먹기도 편해 큰 인기를 모았다.
「목숨을 살리는 신통한 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활명수는 아선약 계피 정향 엘멘톨 현호색 육두구 건강 창출 진피 후박 고추틴크 등 11가지 생약을 원료로 제조된다. 특히 식욕감퇴 식욕부진 소화불량 과식 식체 구토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동화약품은 1910년 특허국에 「부채표」상표를 등록한 후 1931년 주식회사 동화약방으로 법인화했고 본격적인 제약업소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1937년 윤창식씨가 동화약품 제5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현대적인 대량생산설비를 마련하고 본격 공급에 나섰다. 당시에는 선금을 주고도 제품을 못구할 정도로 잘 팔려 연판매량이 500만병에 이르렀다.이런 호황에 힘입어 동화약품은 1938년 만주에 지점을 설치하고 미국까지 수출했다.
그러나 해방 후 남북이 갈리면서 북한 및 만주지역의 거대한 생산시설과 시장을 한꺼번에 상실했고 한국전쟁으로 서울 사옥이 완전히 파괴돼 활명수 생산이 일시중단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이틈을 타서 유사제품이 대거 시장에 쏟아져 나와 제품의 존폐마저 위협받았었다.
동화약품은 이런 시련을 딛고 1962년 현재의 상호명으로 바꾸면서 옛날의 활명수 시장을 되찾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220억원이며 올해는 2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액제소화제 시장의 40%를 점유, 1위자리를 고수할 계획이다.
◎진로소주/70여년간 서민애환 달래온 국민의 술
50대를 넘긴 애주가들은 지금도 「야야야 차차차…」로 시작되는 진로의 CM송을 기억하고 있다. 59년 만들어진 이 노래는 국내 최초의 CM송이자 당시 최대의 히트곡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로의 CM송이 체육대회 응원가로 애송될 정도로 히트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당시, 소주는 일상의 고달픔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노래를 흥얼거렸던 것이다.
진로소주는 이때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술의 대명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66년 서광주조에서 진로주조로 상호를 바꾼 진로는 최대 라이벌이었던 목포의 삼학소주가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후보를 지원했다가 쇠락함에 따라 70년이후 소주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았다.
진로소주가 탄생한 것은 74년전인 1924년. 「이슬처럼 맑은 물로 빚은 소주」라는 의미에서 「참 이슬」을 뜻하는 「眞露」라는 이름을 지었다. 54년 서울 영등포에서 「서광주조」라는 이름으로 소주를 생산하기 전에는 원숭이가 상표로 사용됐다. 강산이 일곱번 바뀌는 동안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소비자들의 기호도 고급화했지만 여전히 「진짜 애주가」들은 두꺼비상표의 「오리지널」 진로소주를 찾는다. 해외여행객들의 짐속에 진로소주팩이 어김없이 꾸려지는 것은 얼마만큼 진로소주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길들여왔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까지 생산된 진로소주의 양은 360㎖기준으로 총 183억2,140만2,241병에 해당한다. 술병을 뉜 길이로 환산하면 서울과 부산은 4,431회를 왕복할 수있고 지구에서 달까지도 5번을 오갈수 있는 정도이니 우리 국민들이 얼마만큼 진로소주를 마셨는지를 짐작케한다.
진로소주는 월남전 파병장병을 위해 68년 베트남에 수출된 이래 해외시장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96년 희석식 소주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으며 올해는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서울우유/세찬 도전 이기고 하루 800만여팩 판매
90년대 이후 가장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벌어진 상품 가운데 하나가 우유다.
이른바 「살균논쟁」 「고름논쟁」 「1등급 원유 논쟁」등 자사상품을 광고하고 다른 회사 상품을 깎아내리기 위한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 법정싸움으로 비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렇게 급변하는 시장환경속에서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45년부터 사용해온 「서울우유」 상표를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전신인 경성우유협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1937년. 당시 매일신보는 「좋은 우유를 공급하는 밀크플랜트가 없는 것은 문화도시의 큰 수치라 하여…경성중심의 21개 우유업자들이 밀크플랜트를 설립하고 수십만원의 자본금으로 여러가지 문화시설을 하게 되었다」고 우리나라 최초의 우유공장탄생을 알리고 있다. 당시 우유포장에는 「경성우유 동업조합」이라는 명칭이 상표 대신 사용됐다.
45년 해방과 더불어 이름을 바꾼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상표이자 회사명인 「서울우유」를 통해 국내 유가공시장을 이끌어 왔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하루 우유판매량 800만개를 돌파했다.
컴퓨터 중앙제어방식에 의한 완전자동화공정과 하루 780톤의 원유처리능력을 갖춘 동양최대의 안산공장, 국내유제품개발의 산실인 기술연구소, 전국권역별로 거미줄처럼 짜여진 900여개의 유통망이 있기에 서울우유의 명성을 유지하는게 가능했다.
서울우유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6,000여 축산 낙농가들로 구성된 생산자단체이며 비영리단체이다. 때문에 연간 350억원 이상을 낙농산업발전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어 품질의 우수성을 지켜올 수 있었다는 게 서울우유의 자랑이다.
「우리나라에는 서울우유가 있습니다」라는 광고문구는 전통과 품질에 대한 서울우유의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우유는 한편으로는 94년 어린이 전용우유 「앙팡」을 출시, 국내 우유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등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는데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옥시 옥시크린/산소계 표백제시장 95% 점유
옥시에서 1984년 6월 출시한 옥시크린은 국내 표백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세제만으로 뺄 수 없는 찌든 때를 깨끗이 제거해 줄 뿐 아니라 수많은 양의 산소를 발생시켜 올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세균은 물론 냄새까지 없애준다.
표백제는 염소계와 산소계로 크게 구분되는데 옥시크린은 산소계 표백제의 대표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옥시크린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염소계 표백제가 의류세탁용 세제로 함께 사용돼 왔으나 현재는 염소계 표백제 대신 산소계 표백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염소계 표백제는 흰색 의류에만 사용할 수 있고 합성세제와 섞이면 염소가스가 발생해 피부손상 등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염소계와 산소계 표백제의 시장규모는 2대 3정도이고, 산소계 표백제중 옥시크린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옥시는 중국산 수입원료 대신 세계 최대의 과탄산나트륨 생산업체인 국내의 동양화학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든다. 따라서 1g당 1조개 이상의 산소가 발생해 표백력이 우수하다.
또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이 제품은 의류에 남아있는 이질 결핵균 등 18가지 세균의 99.9% 이상을 살균해 준다.
이와 함께 이 제품은 96년말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환경마크 「그린씰」을 획득했다. 이 마크는 미국의 비영리환경재단인 그린씰협회에서 기존의 공해물질을 대체하는 신소재나 신물질을 사용한 환경친화적 제품에만 부여하는 인증표시다.
전세계적으로 100개 미만의 제품이 이 마크를 부여받았을 정도로 선정기준이나 절차가 까다롭고 엄격하다.
◎SK 엔크린/깨끗한 에너지로 상반기 시장점유 38%
휘발유에도 「이름」이 붙기 시작한 것은 불과 3∼4년전의 일이다. 정유업계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소비자들은 주유소와 상표를 가려가며 기름을 넣게 됐다. 「엔크린」은 이처럼 역사가 짧은 정유업계의 「상표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K(주)가 95년 10월 선보인 엔크린은 엔진(Engine) 에너지(Energy) 환경(Environment)의 영문 머리글자인 「En」과 「깨끗하다」는 뜻의 「Clean」을 합성한 말로 「엔진과 환경을 보호하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뜻이다.
휘발유에 청정제를 첨가, 엔진내부의 찌꺼기 발생을 최소화함으로써 출력과 연비, 주행성을 높이며 배기가스를 줄인 제품의 특성을 대변하는 상표라는 자체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유가자유화 이후 전개되고 있는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엔크린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엔크린의 시장점유율은 37.5%, 올상반기는 38.2%에 이르고 있다.
엔크린이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제품특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정과 더불어 업계 최다 주유소망, 엔크린보너스카드와 SK BC카드 등을 통한 카드마케팅, 그리고 효과적인 광고전략이 주효하고 있다.
96년부터 시작된광고는 「새 차니까」「헌 차니까」 「내차니까」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유머광고의 유행을 불러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금강산관광으로 높아진 북한에 대한 관심을 활용, 북한거리를 소재로 사용한 「북한편」을 TV광고로 내보내고 있다.
업계최초로 지난해 1월부터 발급을 시작, 1년만에 2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엔크린보너스카드는 가입자수가 현재 310만명으로 늘어 엔크린의 탄탄한 시장기반이 되고 있다.
또 한진택배와 제휴, 주유소 택배서비스를 실시하고 농협쌀 판매, 꽃배달 서비스 등 각종 유외(油外)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SK는 국내최초로 도입한 셀프주유기를 대폭 확대, 새로운 주유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엔크린을 정유업계 불멸의 장수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태평양 샤워코롱/15년간 1,000만개판매 국내 향수 자존심
「바다를 건너온 향수들은 물렀거라」
외국산 향수가 범람하는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주)태평양(사장 서경배·徐慶培)의 「아모레 샤워코롱」은 하나의 이변으로 통한다. 유행에 민감하고 취향이 까다로운 여성들로부터 15년동안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 샤워코롱」은 83년 4월에 출시된뒤 15년 5개월동안 약 1,000만개가 판매될 정도로 명실상부한 화장품업계의 최장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향수산업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으며 화장품 속성상 브랜드의 수명이 짧은 국내 현실에서 15년동안이나 인기를 지속하고 있는 있는 「아모레 샤워코롱」은 국내 향수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제품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모레 샤워코롱」의 장수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다른 분야의 장수상품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리노베이션을 통한 뛰어난 제품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주)태평양은 최근 「플로럴(Floral)」과 「오션 블루(Ocean Blue)」의 두가지 향취로 구성되어 있는 기존의 「아모레 샤워코롱」에 「이소엘리트」성분을 첨가, 지속력과 향취를 개선한 리노베이션 제품을 출시해 호평을 얻고 있다.
다양한 꽃의 향취들이 어우러진 여성적이며 매혹적인 향취인 「플로럴 부케(Floral Bouquet)」와 푸르른 바다의 고요함과 신비로움을 연상시키는 「후레쉬 마린 플로럴(Fresh Marine Floral)」향으로 구성된 「아모레 샤워코롱」의 두 자매상품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필수품이 된 상태다. 풍부한 거품생성력으로 상쾌하고 쾌적한 마무리감을 제공하는 「아모레 샤워클렌져」와 보습효과가 우수해 피부당김없이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상태를 유지해 주는 「아모레 바디로션」도 「아모레 샤워코롱」의 인기를 이어가는 신제품이다.
◎정식품 베지밀/10여종으로 제품 세분화… 두유 정상
「콩음료는 두유(豆乳), 두유하면 베지밀」
(주)정식품의 베지밀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통하는 콩을 음료로 대중화시킨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수음료다.
베지밀의 탄생은 우리의 가슴아픈 현대사와 관계가 깊다. (주)정식품 정재원(鄭在遠·81) 회장이 한국경제가 빈곤에 허덕이던 50∼60년대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과 밀크알러지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베지밀이다.
당시 장안의 유명한 의사였던 정회장은 콩은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소화에 장애가 되는 유당성분이 없다는 데 착안, 식물성 밀크베지밀을 가내수공업으로 하루 500병씩 제조, 환자들에게 공급했다.
콩은 성인병을 예방해 주는 식물성 단백질이 약 40%, 필수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된 지방질이 약 20%, 정장작용을 도와주는 콩올리고당과 섬유질인 탄수화물이 약 30% 포함된 「최적식품」이다. 실제로 이소플라본 사포닌 등 콩속에 함유된 생리활성물질의 항산화기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콩이 심장병과 동맥경화, 고혈압 등 성인병예방, 폐경기 여성들의 골다공증 발생 및 유방암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연구논문들이 수없이 발표되고 있다.
베지밀이 지금처럼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것은 73년 (주)정식품이 설립된 뒤부터로, 현재 10여종의 베지밀이 하루 100만∼150만개씩 생산되고 있다.
베지밀은 철저한 시장세분화로 장수상품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기들을 위해서는 두뇌발달에 좋은 DHA성분의 체내합성을 돕는 「베지밀 인펀트」, 성장발육기의 청소년에게는 우유와 두유를 혼합한 「베지밀 유스」, 중년기이후 남성과 여성들에게는 성인병 예방에 좋은 「베지밀 애덜트」를 각각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주)정식품 관계자는 『20여년간 고객들로부터 한결같이 사랑을 받아온 베지밀을 인간에게 가장 알맞은 최적식품으로 만들기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