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실크로드… 선운사…/여정에서 느낀 無慾의 단상들「이 길밖에/다른 길 몰랐다/지난 40여 년/나는 늘 모자란 울음이었다/오늘은/조그만치 남아 있는 목마름으로/앞산을 본다」(「어느 날」전문).
고은(65) 시인은 자신의 시력 40여년을 「늘 모자란 울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모자람을 채울 「목마름」으로 또 시를 쓴다고 고백한다. 그의 새 시집 「속삭임」(실천문학 발행)은 그 목마름의 기록이다. 시집 서문에서 고씨는 『몇 번째인가의 시집을 낸다』고 말했다. 하도 많은 시집은 물론 소설과 수필집 등 책을 냈기에 이번 시집이 몇 번째의 시집인지를 따져 기억하지를 못하겠다는 뜻이다. 그 셈하지 않음에서 시인의 무욕(無慾)도 느껴진다.
시집에 실린 시들은 그가 지난해 히말라야 지역을 다녀온 이후에 쓰여진 것들이다. 나그네로서 히말라야도 가고, 실크로드도 가고, 선운사도 가고, 제주 사라봉에도 가서 쓴 단상들이다. 「이 땅에는 나그네가 없어졌다//나그네가 있어/몇 해 뒤/다시 오기도 하는/나그네가 있어/이 땅은 뒷동산 다음으로 아름답지 않았던가/…/고단하건만 흥겨워 적적하던 사람들 모여들어/가난하건만 넉넉한 나그네맞이/서로 어우러져/늦은 저녁 연기 더 길이 피어오르는/이 땅은 더욱 아름답지 않았던가//지난 세월 말고는 오로지 바쁘고 미운 세월이라/어느덧 이 땅에는 사촌이나 육촌 같은 나그네가 없어졌다」(「나그네」에서). 「바쁘고 미운 세월」에 사라진 나그네. 그 나그네로 떠돌며 쓴 시들에는 초기 시의 탐미적 허무주의, 70·80년대의 참여시인으로서의 열정을 지나 이제는 연륜만큼 깊어진 고씨의 그윽한 목소리가 배어 있다. 그 연륜은 다시 천진난만으로 통한다. 「하고 많은 세월/하고 많이 별을 이야기해도/별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고/그냥 거기서/몇 억 광년의 별빛을 보낼 따름이다/…/이런 막막한 세상을 우리는/별을 이야기하고/꽃을 노래하면서/나의 별 너의 꽃이라고 가슴 뛰놀고 있다/얼마나 비릿비릿 어린아이들의 늙어빠진 천진난만 그것인가」(「꽃과 별」에서).<하종오 기자>하종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