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양재천 냇가는 요즘 수많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내에서 물장구를 치며 피라미를 쫓는 어린이들, 자전거를 타는 청소년, 조깅하는 중년남녀, 손자를 안고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 등 인근 주민들이 냇가 양쪽으로 뻗은 8㎞의 산책로를 꽉 메운다. 제방을 넘으면 회색의 고층아파트가 겹겹이 둘러서 있지만 계단을 타고 제방안으로 내려오면 맑은 시냇물과 푸른 풀밭, 길게 뻗어가는 적색 아스콘 산책로가 조화로운 공원을 이루고 있다.■강남구청이 지난 여름 완공한 이 양재천공원에는 빠른 속도로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 자갈을 이용한 자연정화 시설을 만든후 인근동네에서 흘러드는 하수가 깨끗이 정화되어 흐르면서 피라미 잉어 납작붕어 등 보이지 않던 물고기가 떼를 지어 몰려오고, 수질오염에 매우 민감한 다슬기등이 갑자기 늘어났다. 최근에는 이웃 청계산의 너구리 가족 5마리가 이주해와서 땅거미가 지면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냇가로 내려와 산책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향의 냇가를 만들겠다』며 이 사업을 추진한 권문용 강남구청장도 『예상보다 공원화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그는 이 공원을 생태공원겸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구청이 돈을 주고 초청할 수는 없지만 재즈밴드등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이곳에 모여 연주를 하면서 주민과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제방으로 둘러쳐진채 각종쓰레기와 폐수가 마구 버려지는 하천도 아이디어에 따라 이렇게 훌륭한 공원으로 만들수 있다.
■서울은 주위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도시안을 들여다보면 시민휴식공간이 없는 삭막한 도시다. 특히 주거지는 연립주택이나 아파트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집안에 있거나 집밖에 나오거나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방도시들도 비전없는 도시계획에 의해 사정은 비슷해지고 있다. 이런 지역일수록 정부나 지자체는 공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양재천공원은 주민복지를 위한 도시공간 이용의 훌륭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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