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좋은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면 주로 젊은 사람들로 붐비는군요. 미국에선 좋은 곳은 늘 노인들로 북적거리는데…』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강남의 한 카페에 들어서며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도대체 한국 젊은이들은 어디서 돈이 나길래 저렇게 고급 옷을 입고, 사치스런 장소를 찾아다니며, 흥청거리느냐는 것이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부유한 부모 덕분이라고 대답한다면 더욱 의아해할 것 아닌가. 왜 부모가 자식들의 유흥비까지 대주는가 하고 말이다.가족(자식)에 대한 가치 차이라고 간단히 넘겨버릴 문제일까. 작년 12월 IMF체제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취재중 조두영 서울대의대 정신과 교수가 우리 젊은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던 말들이 떠오른다. 그는 50∼60대 연령층중엔 IMF사태에 대해 오히려 잘됐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충격적 발언을 했다. 세상물정 모른 채 신세대라 뻐겨온 20∼30대가 겪게 될 향후 운명을 고소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61세인 그는, 어차피 빈주먹으로 시작해 근검절약 정신이 몸에 밴 50∼60대들에게 다시 시작하는 내핍생활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며, IMF로 이제까지 분수없이 날뛰던(?) 20∼30대들도 고생 좀 하면서 심신을 가다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적어도 지난 9개월간의 IMF 한파는 젊은이들을 각성시킬 온전한 기회가 될 수 없었다. 미국 대학교수가 놀랄 정도로, 여전히 서울의 좋은 곳이란, 좋은 곳은 젊은이들로 점령된 상태이니까. 어디 대학가뿐이랴. 백화점이나 호텔에서도 젊은층의 물결은 중년층을 압도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못한 젊은층의 증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나, 사회의 다른 한편,「좋은 곳」엔 여전히 젊은이들로 북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내핍은 여전히 50∼60대만의 몫인가.
변화의 계기였으면 싶었지만, 변화하지 않는 양상…. 결혼한 자식의 생활고까지 부모가 걱정해야 하는 한국적 가치 속에서 젊은이와 50∼60대, 세대간 내면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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