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 혁명이 오는 소리, 이제 큰 굉음으로 닥쳐온다. 21세기는 2000년이 아니라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이미 시작했다고 주장한 유럽의 지성이 있었다. 이제 21세기의 혁명은 서서히 오지 않고 미사일의 속도로 오고 있다. 탈(脫)냉전시대가 불과 10년만에 끝나고 이제는 「포스트 탈냉전시대」 「탈탈냉전시대」가 전개되고 있다.탈냉전시대, 미국 일극(一極)지배체제, 신자유주의, 월스트리트 자본이 세계주의에 도전을 내는 소리가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이 지구전체를 덮는 세기적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와 아랍 아프리카에서 반미(反美) 반유대를 외치는 종교전쟁 문명전쟁 문화전쟁의 성격을 띠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가 전세계 통화금융질서를 흔들고 다니는 것에 못지 않게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과 전자상거래는 1년단위가 아니라 일주일, 일개월 단위로 몇십배씩 성장하고 있다. 10년이내 전세계 유통 생산체제 그리고 행정 교육 의료, 즉 삶의 모양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태세이다.
가히 혁명의 시대, 「21세기 총체적 세계혁명시대」이다. 지난날의 과학혁명, 산업혁명, 공산주의 혁명, 신대륙발견, 시민혁명을 모두 합친 혁명군(革命群)이 한꺼번에 전개되는 세상, 그런 혁명군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류역사상 이렇게도 다방면 다차원의 혁명이 한꺼번에 그리고 특정지역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예는 없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이념과 체제의 대결이 끝났다는 의미에서 「역사의 종말」이라 했다. 그러나 역사를 끝낼만큼 위대해 보였던 시장체제에 대한 도전이 말레이시아에서 고정환율제로, 대만에서는 G 소로스의 퀀텀펀드거래 정지로, 홍콩정부의 증권시장개입으로 그리고 러시아의 「경제독재정책」선언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에 온 H 키신저는 현 국제금융시스템에 깊은 회의를 보내고 금융기업의 이익에 한나라의 경제정책이 지배되는 일은 잘못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사실 세계적 금융시장 교란자라는 비판을 받는 소로스 스스로도 오래 전부터 「자본시장」에서는 구조적으로 균형이 불가능하고 극단적으로 시계추 왕복같은 거래일 수밖에 없는 결함이 있음을 지적, 개선을 주장했다.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8억명도 나머지 52억명의 후퇴와 절망속에 안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주도한 시장의 세계화가 정치와 정보와 테러의 세계화를 촉진했기 때문이다. 뉴욕대학의 S 코헨교수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에서 시행된 자본주의 실험은 「근대」를 모두 해체하는 「20세기 국가의 반(反)근대화」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J 삭스교수는 최근 발전수렴이론을 부정하고 지리적 문화적 요소의 차이를 들고 있다. 이제 현 경제위기를 시장경제원리로 풀어 갈 수 없다는 주장들이 바로 시장경제권의 정통경제학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B H 레비는 『유럽의 건설을 원한다면 우리는 사회주의로부터 좌파(左派)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래 사회주의와 분리된 새 좌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늘 정보화 세계화된 시대의 자유와 시장과 복지를 지키려면 월스트리트 자본주의와 분리된 우파(右派)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지구적 총체적 혁명의 시대 각 나라는 하나의 원리만으로 미래를 개척 할 수 없다. 전지구적 차원의 이념 체제 충돌, 인구와 남북격차, 환경위협, 정보전쟁, 시장과 정치갈등, 종교전쟁같은 인류지구 문제군을 모니터링하고 대비하고 해결을 「창조」하려는 노력의 국가기구와 장기체제를 갖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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