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박세리의 붐이 일었다. 자랑스럽게도 굵직한 세계적 골프대회에서 연승을 거둔 박세리야 말로 가뜩이나 어렵게 경제위기를 겪는 국내 정세속에서 국민적 자부심을 이끌어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골프는 국내에서 장려되는 분야는 아니었다. 장려는 커녕 특정계층의 사치성 운동으로 치부돼 그동안 국민정서로는 외면된 분야다. 바로 그러한 종목에서 박세리가 국위를 선양했다.그렇다면 이제부터 박세리와 골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제2의 박세리가 나오도록 골프를 장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아직도 정부가 내놓고 골프를 장려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현실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골프인구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의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조치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생각나는 경험이 있다. 작년 초순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영상제작사 사장이 케이블TV에 골프 전문채널을 운영하고 싶다고 상의해왔다. 골프인구가 많아져서 이제 골프에 대한 인식도 예전같지 않으므로 골프를 좋아하지만 여건상 골프를 칠 수 없는 잠재적인 골퍼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블TV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여론조사를 실시해 볼 것을 권했는데 조사결과는 뜻밖이었다. 조사대상자들은 대부분 골프채널에 대한 절대적인 호의도 보이지 않았지만 특별한 거부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조사결과에 대해 당시 공보처 고위담당자를 만나 설명하였으나 국민여론이 부정적이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케이블TV는 국민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중파TV와는 다르다. 케이블TV의 본질은 개인을 단위로 하여 다양한 취향에 맞는 채널로 구성되는 다채널 매체이다. 따라서 수용자가 잠재한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전문분야를 설정하여 채널편성이 구성되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채널이 허용되는 기술이 곧 케이블TV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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