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16개 단과대학을 없애고 7개 계열의 학부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마련, 오는 11일 전체 교수 공청회를 거쳐 확정할 것이라 한다. 이 안이 시행되면 2002년부터는 학과단위로 돼있는 대학입학 전형이 7개 계열 중심으로 바뀌고, 2년간의 예과과정을 거쳐 3학년때 전공을 택하게 되므로 입시경쟁 구조도 크게 변하게 된다.같은해부터 시행키로 한 무시험 전형제도와 함께 이 제도는 법학·경영학·의학 같은 인기학과의 입시경쟁 완화에 우선 도움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외수요를 줄여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고, 고교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7개 단과대학을 1개 학부대학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의 경제성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2+2」라는 학부 학제로는 대학교육의 전문성이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입학후 2년간은 교양과정을 이수하고 3학년 때부터 전공을 공부한다면 전공과목을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이 사실상 반으로 줄게 된다. 응용과학 분야 같은 일부 과목은 1학년 수료후 전공을 택하도록 하겠다는데 그래도 전문성면에서 퇴보가 우려된다. 부족한 것은 대학원에서 보충하게 한다지만 학부과정의 전문성 결여가 학력 인플레를 선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초학문 분야의 퇴행도 크게 우려된다. 3학년 진급 때 대전공을 택하게 하면 대다수 학생이 몇몇 인기과목에 몰리고 비인기 과목은 과소현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기초과학 분야는 입학 때부터 정원의 30%선에서 전공을 고정하도록 하겠다지만,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수 많은 사회과학 응용과학 분야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학문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국립대학의 주요 임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학생들이 특정 전공과목으로 몰릴 경우 성적을 선발기준으로 한다면 입시열기가 대학 2학년까지 연장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또 편입학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타대학에 진학한 학생들까지 서울대 특정 전공을 목표로 편입학 준비를 하는 폐단도 생길 것이다. 대학에서 공부다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전공으로 가기 위한 준비에 매달리게 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대 구조조정과 입시제도 개혁이 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보다는 사교육비 부담감소라는 사회적·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게 된다. 시한을 정해놓고 정해진 방향대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대학 안팎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일정기간 실험을 거치며 단계적으로 확대해가는 신중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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